[마감 후] ‘폐지→완화’ 선회 대형마트 의무휴업…희망고문될까

입력 2022-1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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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부 차장

“대전, 대구, 부산 어디를 가도 있는 복합쇼핑몰이 광주에만 없는데 지금까지 복합쇼핑몰 유치에 민주당이 반대해 왔다. 광주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윤석열 대선 후보, 2월 16일, 송정매일시장 집중유세에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와 관련) 당장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윤석열 대통령, 8월 26일, 제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11월 14일, 공중파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개혁 과제로 꼽혀왔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개선이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애초 ‘폐지’를 목적으로 정책을 준비하다 야당과 소상공인,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완화’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조차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관련 업계에서도 물음표가 주를 이룬다.

대통령실은 앞서 6월 말 국민제안 코너를 신설해 1만여 건을 훌쩍 넘는 민원 제안 청원을 접수했다. 정부는 접수 민원 중 10개 안건을 추렸고 대국민 투표를 통해 3개 우수 제안을 확정, 제도화 여부를 추진키로 했다. 10개 안건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도 포함됐다. 투표 초기부터 선두를 달린 이 안건은 11일간 57만7000여 표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유통업계 역시 규제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우수 국민제안 선정은 불발로 끝났다.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 논란이 제기됐고 결국 정부는 우수 국민제안 상위 3건을 발표하지 않았다. 투표 시스템의 미흡으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한 채 없던 일이 됐다.

정부의 어설픈 정책 추진은 오히려 이해관계자인 소상공인을 비롯해 야당, 시민단체 등과의 갈등만 키웠다. 이들의 반발이 심화하자 윤 대통령은 현행 제도 유지 및 신중한 검토로 한발 물러섰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한 대형마트 규제 완화 역시 미완에 그쳤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온라인 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새벽배송 같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시장 구조 개선에 맞게 경쟁 구도를 조금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시간 완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를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에 넣었으나 최근 발표된 개선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도입된 지도 어느덧 10년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의무휴업을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 이에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영업을 쉬어야 한다. 자정부터 오전 10시의 영업시간도 제한됐다. 앞서 2010년에는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개정도 이뤄졌다.

전통시장,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실효성 논란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대형마트가 쉰다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여러 조사로도 입증됐다. 오히려 대형마트가 규제를 받는 동안 전국의 전통시장은 100여 개 이상 사라졌다.

유통시장의 지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결과다. 규제가 만능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일에 얽힌 이해관계자가 여럿이다.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상생하려는 노력이, 정부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중재가 절실하다.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젊은 소비자를 유인할 현실적인 방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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