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필요
성별ㆍ나이 등 차별장벽부터 없애야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27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매년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중 여성과 출신 대학 비중을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해당 조사에서 올해 처음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5%를 넘겼다.
김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여성 임원 관련 법과 제도를 ‘걸음마 수준’에 비유했다. 우리나라는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에 한해 이사회 구성원을 특정 성별로 채워서는 안 된다는 제도를 올해 8월부터 시행한 데 비해, 유럽에서는 기업 이사회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채워야 하는 등 훨씬 강도 높은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성별에 의한 차별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크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여성 임원이 올해 처음으로 5%를 넘겼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에서 여성 인재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해오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 두바이에서 세계 각국의 헤드헌터들이 모이는 ‘두바이 HR 솔루션 글로벌 콘퍼런스 포럼’에 참석했는데, 여기에서도 국가별로 공통으로 언급된 화두는 다양성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펼치려면 회사 내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성별, 나이 등에 의한 차별 장벽을 깨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여성이 경력 단절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통해 여성 중간관리층을 두텁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입 직원을 뽑을 때는 남녀 성비가 비슷하지만, 이들이 중간 관리자층으로 진입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고, 다시 임원으로 올라서는 경우는 매우 적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 임원 출신 대학이 몇몇 곳으로 몰린 것도 유사한 개념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판단 기준이 부족해 학벌이 곧 유능함을 나타낸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하고 정밀한 인재 평가 기법이 개발됐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직접 기업에 추천하는 입장에서는 학벌보다는 능력 중심으로 기업들의 인식과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기업별로 고유의 조직 문화가 있다 보니 단순히 학벌이라는 동일한 잣대에 대한 의미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명문대 출신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점점 그 장벽이 낮아지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차별적 요소를 줄이는 ‘다양성 이슈’에는 CEO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의지를 뛰어넘어 제도적으로 이를 지속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