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협조 당부·노고 격려하는 시간” vs 野 “협치 포기한 한가한 비밀 만찬”
대통령실 이전 관련 사업 등 윤석열 정부 예산 두고 여야 대치
겨우 봉합된 국정조사...책임소재 두고 여야 공방 예상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25일 만찬을 회동을 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협치는 포기한 한심한 만찬이었다고 혹평하는 가운데 향후 예산안 통과, 국정조사 정국 등 국정운영에서 여야 대치가 격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약 3시간 20분 동안 만찬 회동을 했다. 지난 9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선 뒤 첫 만찬이다. 당에서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양금희 수석대변인, 김미애·장동혁 원내대변인 등 14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동 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늘 만남은 지난 9월 비대위 지도부가 구성된 지 70여 일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국민의힘 비대위원들에게 상견례 겸 노고를 격려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국과 우루과이 월드컵 경기와 빈살만 왕세자의 정상급 회담 성과를 이야기하며 만찬을 시작했다. 출범 6개월을 맞은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소개하며 국민의힘 지도부의 협조를 당부했다고 양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정부·여당과의 만찬에 민주당은 “협치를 포기한 정부·여당의 한가한 비밀 만찬”이라고 비판했다. 서용주 상근부대변인은 26일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제저녁 대통령실 관저에서 3시간 20분 동안 만났지만, 사진 한 장, 영상 한 편 공개하지 않은 비밀만찬으로 진행했다”며 “한마디 말조차 취재를 불허한 정부여당의 만찬 회동은 불통과 독선으로 점철된 그들만의 국정운영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야당과의 협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 상근부대변인은 “국민 앞에 야당과의 협치를 약속했던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여당 간의 화합만 강조했다고 한다”며 “여당 지도부가 구성되면 같이 만나자고 했던 대통령의 말은 시간 끌기를 위한 허언에 불과했다. 야당은 정치 탄압의 대상일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여야의 엇갈린 반응에 벌써부터 연말 예산안과 국정조사 정국이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5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문제다. 여야는 법정처리 기한인 다음 달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완료해야 하지만,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용산공원 조성사업 예산을 포함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개발, 청와대 복합문화 예술공간 조성 사업, 공공임대주택 예산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오는 28일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는 심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국정조사도 향후 책임 소재를 두고 여야 이견이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용산경찰서, 서울청 등 실무선의 책임을 물어왔지만,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 등 윤석열 정부의 책임론을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에 대한 분명한 조치를 내놓으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