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연말 정기 임원인사가 다소 미뤄질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매년 11월 말 진행했던 것보다 앞당겨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룹 내 사정으로 발표가 늦춰지고 있다.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그룹 전반의 위기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번 인사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 기조가 앞서 인사를 단행한 신세계처럼 ‘신상필벌’에 따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당초 11월 말 단행되던 임원인사가 앞당겨지리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룹 측에서는 심층 평가를 위한 것으로 인사 시기와 무관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예년보다 인사평가가 빨라진 탓이다.
하지만 롯데의 임원인사가 예년 인사 시즌이던 11월 말을 지나 12월로 넘갈 수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롯데건설 발 유동성 위기로 그룹 전반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우선 급한 사안부터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 롯데 관계자는 “시기를 정확히 단정 짓기 어려우나 숙고 과정이 있어 미뤄지는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롯데그룹은 2019년까지 12월 말 인사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11월 말로 한 달 정도 앞당겨 실시했다. 특히 올해는 임원인사 평가가 빨라지면서 11월 초 인사 발표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인사 시기와 함께 정기 임원인사의 초점이 신상필벌에 맞춰질지 여부도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앞서 10월 말 경쟁사인 신세계가 신상필벌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올여름 발암 물질 검출 논란을 빚은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의 송호섭 대표가 중도 퇴임하고 새 대표로 손정현 신세계아이앤씨 대표가 선임됐고, 이마트 및 SSG닷컴 강희석 대표는 연임을,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손영식 신세계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관련 최근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후임 대표에 박현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사장)을 내정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면서 인사 대상자들의 긴장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신 회장은 2020년 인사에서 불확실해진 경영환경에 대비한 인적 쇄신과 임원 직제 슬림화를 기조로 젊은 CEO를 전면 배치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비즈니스 유닛(BU)을 신속한 실행력을 갖춘 헤드쿼터(HQ) 체제로 전환하면서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물로 P&G 출신 김상현 유통군 부회장과 신세계 출신 정준호 백화점 대표, 놀부 출신 안세진 호텔롯데 대표 등을 영입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한 바 있다. 따라서 올해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지가 주목된다.
현재 내년 1월과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주요 임원은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대표이사),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 이갑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이완신 우리홈쇼핑 대표, 남창희 씨에스유통 대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