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反기업가정신, 일론 머스크의 광기

입력 2022-1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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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교수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일론 머스크는 기업가정신의 상징이다. 그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테슬라가 자동차의 미래와 콘텐츠의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던 이유다. 일론 머스크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모르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를 막론하고 모든 영역에서 그는 과도하면서도 과감한 발언을 주장하며 팬덤과 안티를 양산했다.

문제는 점점 더 그가 기업가정신과 혁신의 상징에서 반기업가정신과 구태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440억 달러를 들여 트위터를 인수한 후 그는 곧바로 직원 절반에게 해고를 알렸다. 그 방식도 구성원과의 논의가 결여된 이메일에 의한 일방통보였다. 하루아침에 해고 소식을 메일로 전달받은 직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이자 미래의 설계자로 불렸던 그는 최근 점점 더 전제군주와 같은 구시대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철야근무와 강도 높은 업무를 요구한 후 이를 거부하는 임직원은 회사에서 나가라고 선언했으며, 구성원과의 논의 없이 회사의 방향성을 즉흥적으로 변경하여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참고로 그는 지난해 5월 미국의 유명 TV쇼인 SNL에서 아스파거 증후군(공감 및 관계구축 능력 결여, 사교적 기술 결여)을 앓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낳았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미건조한 성향의 아스파거 증후군을 겪고 있는 그가 임직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옛날이나 통하던 철야근무를 요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안타까운 점은 자신이 감정적으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그가 여전히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위임하거나 멘토를 두는 등의 잘못된 리더십에 대한 개선 의지를 절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시행착오에 대한 대중의 관심, 비난까지 즐기다 보니 그가 보여준 기업가정신은 어느새 반기업가정신으로 변질되었다.

기업가정신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의 역량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론 머스크는 탁월한 기업가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가정신과 함께 구성원의 동기 부여를 일깨우는 리더십이 결합된 기업가적 리더십이 CEO의 새로운 자질로 떠오르고 있다.

2004년 세계적 학술지 벤처경영저널(Journal of Business Venturing)에서는 기업가적 리더십 연구를 게재하며 개인의 기업가정신으로는 이상적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어렵기에 탁월한 기업가 혼자 비즈니스를 개척하고 성장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조언했다. 구성원의 동기 부여를 극대화하는 리더십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가적 리더십은 공동체의식을 토대로 한 솔선수범 리더십과 탐욕을 경계하고 윤리적 자세를 유지하는 진정성 리더십을 함께 갖춰야 함을 강조한다. 일론 머스크는 아쉽게도 공동체의식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경영자이고 윤리적 자세보다 탐욕에 좀 더 가까운 경영자다. 그에겐 기업가적 리더십의 자질과 역량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알려졌듯이 일론 머스크는 지난주 사내 메일을 통해 트위터의 성공을 위해 구성원 모두 하드코어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뛰어난 실적을 위해 높은 강도로 오랜 시간 근무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그의 모습에서 인간존중 경영의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자율성과 유연성 대신 그는 엄격한 지시와 관리, 통제만 중시한다.

경영학을 제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테일러리즘이라고 불리는 테일러의 경영관리 방식을 학습한다. 테일러는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기여한 점도 많지만, 후세대 학자들과 경영자에게 지시와 통제 그리고 인간을 기계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테일러의 망령이 일론 머스크를 통해 다시 부활한 모습이다.

두려움에 의한 인사관리는 최악의 방식이다. 기업가정신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해소에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에머빌 교수는 직원들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릴 때 창의성은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일론 머스크는 광기로 구성원의 신망을 잃었다. 그 결과 그는 직원들로부터 두려움을 얻었고, 정작 확보해야 할 창의성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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