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이렇게 강세인 이유는 먼저 연준의 정책 기조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과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에 직면해 있지만, 당국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둔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다른 중앙은행보다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방기금 금리를 올해 초 거의 0%에서 11월에는 3.75~4% 범위로 급격히 인상했다. 이러한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달러 가치 상승으로 나타났다.
둘째, 달러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기에 좋은 투자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 올해처럼 주식 및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 투자자들에게 달러는 보유하기에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힌다. 이는 달러가 세계의 기축 통화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전 세계의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은 국제 결제나 거래에 사용할 기본 통화로 막대한 양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왜냐하면 통화 간에 변환할 필요 없이 단일 통화를 사용하면 국제 투자 및 거래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셋째, 달러는 미국 경제가 많은 부채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강세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문제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를 겪고 있으며, 이미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튼튼하면 달러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가치는 상승한다.
그렇다면 강한 달러가 좋은가? 미국 소비자는 달러 강세의 분명한 수혜자다. 미국 소비자에게 외국에서 수입한 상품과 서비스는 일 년 전보다 훨씬 저렴하며, 그들은 더 낮은 비용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 급등한 물가에 고통받고 있는 미국 소비자에게 이런 상황은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즉 강한 달러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국 가정의 체감 물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식품과 에너지의 대부분은 수입이 아닌 미국에서 생산된다. 그리고 계속된 공급망 혼란은 이미 수입품의 가격을 상승시켜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또한 낮은 수입가로 인한 수입량 증가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증가시킨다. 미국은 매년 수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무역적자 규모는 8591억 달러이며,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7% 수준이다. 공공 및 민간 부채 수준이 높아지면 장래 주식 및 채권 투자의 수익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강한 달러가 나쁜가? 매출의 많은 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거나, 해외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는 미국 기업은 강한 달러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국제적 노출이 많은 다국적 기업은 가격경쟁력에서 외국 기업에 비해 불리하다. 그래서 달러 가치 상승은 이들 기업의 수익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S&P 500의 내수기업 수익 노출지수는 올해 12.7% 하락한 반면, 해외기업의 수익 노출지수는 24.8% 하락하여 거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한편 달러 절상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낮추지만 반대로 화폐 가치가 하락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높인다. 이들 국가는 경제 성장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하고 결국 경기 침체는 가속화된다. 그리고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개발도상국은 대외 채무를 상환하는 데 과거보다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그러면 달러 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미국 경제가 다른 주요 선진국 경제와 비교하여 계속해서 선전하고,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한 달러는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연준이 당분간 긴축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달러 강세 추세가 전환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미래 어느 시점에 연준이 인플레이션보다 경기 침체를 더 많이 걱정하기 시작하면 달러 강세 추세는 역전될 것이다.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가까운 미래에 있다면 지금은 달러 강세 추세의 후반부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