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까지 기업 부담액 16.2조 원 증가
가계는 최소 17.4조 원 증가
“취약차주·한계기업 부실위험 상승”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면 기업·가계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면서 민간부분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금리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 부담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 대출에 대한 연간 이자 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6조2000억 원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인상에 특히 취약한 한계기업은 내년 연말 이자 부담액이 9조7000억 원으로 올해 9월(연 5조 원) 대비 9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연은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 연체율이 2배 이상 높아지는 등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도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액도 같은 기간 약 5조2000억 원 증가해 가구당 평균 이자 부담액이 연 94만3000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경기둔화, 원자재 가격 급등, 환율상승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커지면서 기업 재무여건이 크게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금융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에 이어 이자 폭탄까지 맞아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간 이자 부담액은 올해 9월 52억4000억 원에서 내년 연말까지 69억8000억 원으로 최소 17조4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가구 단위로 환산하면 연간 이자 부담액은 약 132만 원 증가하는 셈이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며 저소득상태거나 저신용인 취약차주의 경우 같은 기간 이자 부담액이 가구당 약 330만 원 증가하면서 부채부담 증가로 인한 생활고가 더 심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현재 0.56%에서 내년 말 1.0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연은 최근 지속 중인 금리 인상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 ‘빚투(빚내서 투자)족’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져 가계는 물론 금융기관 건전성까지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금리 인상으로 대내외 충격 발생 시 차입가계, 특히 취약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하고 소비둔화, 대출원리금 상환 지연 등으로 전체적인 금융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가계부채가 부동산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된 한국 경제의 특성상 향후 차입가계의 부채가 자산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금융시스템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으로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이 커질 뿐 아니라 그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도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잠재 리스크의 현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재무건전성과 부실위험지표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 등 부채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현금성 지원과 같은 근시안적인 시혜성 정책이 아닌 한계기업과 취약차주의 부실화에 따른 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파급되는 악순환 방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계기업에 과도한 자금이 공급돼 이들의 잠재 부실이 누적되지 않도록 여신 심사를 강화하고 비은행금융기관이 자체 부실대응 여력을 확충하도록 관리 감독을 선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