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성과 당장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 있어
하림 반등 위해 더미식 밥 생산 확대 계획 발표하기도
하림이 야심 차게 선보인 즉석밥 ‘더(The)미식 밥’이 실망스러운 첫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3분기 시장 점유율이 5%에 미치지 못했다. 목표치인 10%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경쟁사 제품보다 비싼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림은 점유율 반등을 위해 제품 생산라인 증설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다.
17일 본지 취재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즉석밥 시장(매출액 기준)에서 CJ제일제당(66%), 오뚜기(29%)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가운데 하림 등 기타업체들의 점유율은 5%로 집계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동원F&B와 자체상표(PB)로 제품을 선보이는 대형마트를 고려할 때 하림 점유율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림은 올해 5월 더미식 밥을 출시했다. 더미식 밥은 다른 첨가물 없이 100% 국내산 쌀과 물로만 지었다. 주요 생산라인에는 최첨단 무균화 설비인 클린룸을 운영한다.
더미식 밥에 대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관심은 지대하다. 신제품 출시회에 직접 참석해 제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당시 김 회장은 “하림의 식품 철학은 자연의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로 맛있는 식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목표치에 대해 허준 하림산업 대표는 “전체 즉석밥 시장에서 점유율 10% 이상 가져가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림 더미식 밥이 부진한 데는 비싼 가격이 크게 작용했다. 더미식 백미밥(210g) 가격은 2300원이다. CJ제일제당 햇반 가격(공식 온라인몰 기준, 1850원)보다 약 24% 비싸다. 최근 유례없는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하림 제품을 선뜻 구매하기 어려워졌다.
하림은 한동안 더미식 밥을 저렴한 가격에 내놨다. 올해 6월 한 대형마트는 더미식 밥 12개 묶음 제품을 구매할 경우 12개를 추가로 증정하는 행사를 했다. 더미식 밥이 개당 약 750원에 판매된 것이다. 마트 판매 가격은 해당 마트와 식품업체가 서로 합의해 결정한다. 할인 행사에도 하림은 CJ제일제당, 오뚜기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낮은 점유율에도 더미식 밥 성과를 당장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제품이 출시된 지 1년도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향후 여러 변수로 인해 시장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어서다.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자 하림은 9월 더미식 밥 생산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전북 익산에 있는 퍼스트키친 밥 공장의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그럼에도 하림의 고민은 계속 깊어지고 있다. 신사업의 일환으로 선보인 가정간편식(HMR)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림은 더미식 밥 출시 이전에 지난해 ‘더미식 장인라면’을 선보였다.
더미식 장인라면은 육류 재료와 버섯, 양파 등 각종 양념 채소를 20시간 끓여 만들었다. 이러한 장점에도 더미식 장인라면은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더미식 장인라면은 주요 라면 브랜드 매출액 순위(올해 8월 누적 기준)에서 ‘톱(Top)20’에 진입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