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행위자에 경제적 이익 귀속돼선 안 된다”
공공임대주택의 임차인은 입주하는 날을 기준으로 ‘등기부 등본’상 무주택 세대원이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공임대주택 임차권을 받을 자격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살고 있던 집을 팔아 ‘실질적인 무주택자’라 해도 등기부 등본 정리가 안 돼 등기상으로는 여전히 해당 집을 소유한 상태라면 공공임대주택의 임차권을 넘겨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편법 행위자에게 임차나 분양 전환에 의한 경제적 이익이 부당하게 귀속되는 일을 막아야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이란 공공주택정책이 올바르게 실현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6일 A 씨가 공공건설임대주택 임대사업자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상고심에서 A 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2016년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B 씨에게 팔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공공임대주택의 임차권을 넘겨받아 살게 됐다. A 씨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마친 뒤 B 씨에게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줬다.
문제는 A 씨가 공공임대주택 분양 전환을 거절당하면서 불거졌다. A 씨는 분양 전환 대상자 자격을 얻었다고 주장했는데, 임대사업자는 부적격 통보를 했다.
임대사업자는 A 씨가 2016년 공공임대주택 임차권을 받을 당시에 ‘무주택 세대원’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를 산 B 씨에게 소유권 등기를 해주기 전에 공공임대주택에 들어왔으니 전입 시점에는 종전 아파트를 그대로 소유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1심과 2심은 A 씨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날 ‘실질적 무주택자’였으므로 분양 전환 대상자 자격이 있다면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결론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입주 당시 등기부 등본상 A 씨는 무주택자가 아니었으니 애초에 공공임대주택 임차권을 넘겨받을 자격이 없었다고 봤다. 공공임대주택에 살 자격이 없으므로 “우선 분양 전환 대상자 자격을 취득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임대주택법이 예외적으로 임차권의 양도를 허용하는 ‘무주택세대 구성원’의 주택 소유 여부는 건물 등기부 등에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