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한국이 문재인 정권 시절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고, 한국 대법원이 2018년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한일관계가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악화했다며 두 정상의 3년 만의 회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한일 정상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30분 정도 비공식으로 만났는데, 이를 두고 당시 일본은 ‘간담’, 한국 측은 ‘회담’이라고 제각각 표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에는 양국이 모두 ‘공식 회담’이라고 일치된 표현을 쓰는 등 냉랭했던 분위기가 녹아내리는 분위기다.
신문은 이번에 양국 정상이 공식 회담에 나선 건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안보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수는 이미 50발을 넘었다. 이는 지금까지 역대 최다였던 2019년 25발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여기다 북한은 7차 핵실험 준비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한편, 중국은 동·남중국해에서 무력 행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공산당 총서기로 3기째에 들어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통일에 야욕을 내보이고 있는 만큼 한·미·일 3국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유화 제스처를 내보인 건 문 전 정권이 북한과의 융화에 중점을 두고 대일외교에 대한 관심이 낮았던 반면, 5월 출범한 윤 정권이 이끄는 보수 진영은 전통적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기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히토쓰바시대학 객원 교수였던 아버지와 함께 일본에서 지낸 적이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전문가로 한미일 3개국의 안보협력이 지론이며,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 일본과의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을 추진했다.
일본 쪽도 윤 정권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11월에는 자민당 아소 다로 부총재가 서울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1시간 이상 회담, “정상 간 공식 회담 기반을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신문은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강제징용 문제 조정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윤 정권은 외교 루트를 통해 한국 기업 등이 출자하는 재단이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2014년 설립한 공익법인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을 통해 배상하는 방안이다. 다만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한국 정부도 일본 측에 성의 있는 대응을 바라왔다.
그러나 현재 한일 정권 모두 국내 지지율이 하락일로인 가운데 서로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면 내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쉽지 결론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