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2%p 늘며 상환능력 악화
이에 은행 NPL 커버리지 비율
2019년 115%→지난해 189%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현금 확보해 재무건전성 개선
NPL(부실채권) 시장 확대가 비은행 계열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지만, 은행권에는 '위기'의 또 다른 신호다. 앞서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은 은행권은 '자산건전성 지키기'에 총력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NPL) 보유 규모는 2019년 15조3000억 원, 2020년 13조9000억 원, 2021년 11조8000억 원, 올해 상반기 기준 10조3000억 원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이 줄었다는 것은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 정책 영향이 작용했다. 결국, 부실 채권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봉합 상태의 '깜깜이 부실'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칫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로 봉합해 놓은 부실채권의 뇌관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기업대출도 문제다. 갈수록 기업대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채권 비중이 늘어나면 은행권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발표한 '기업대출 부실징후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대출금액은 2019년 말 976조 원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321조3000억 원으로, 2년 반 만에 345조3000억 원이 늘었다.
반면 기업들의 상환능력은 급속히 취약해지고 있다. 부채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한국 기업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은 2019년 37.7%에서 올해 1분기 39.7%로, 2.0%포인트 늘어나며 상환능력이 악화됐다.
이처럼 부실채권 위험에 은행들은 재무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신한·하나·우리·KB국민은행)의 3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 비율은 평균 231.6%다. 이들 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 평균은 2019년 115.5%, 2020년 148.1%, 2021년 189.4%에서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별 3분기 기준 NPL 커버리지 비율은 우리은행이 271.0%로 가장 높았고, KB국민은행이 252.2%, 하나은행 207.3%, 신한은행 196.0% 순이었다. NPL 커버리지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부실채권에 대비해 은행이 피해를 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NPL 커버리지 비율은 150%를 넘으면 안전하다고 본다.
은행들은 재무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2300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외부에 매각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매분기 진행하는 정기매각"이라며 "매각 물량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100억 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고 은행을 청산할 때까지 상환 의무가 없어서 은행의 자본 조달 수단이 되는 채권이다. 일반 채권과 같이 확정된 이자를 지급하지만, 주식처럼 만기와 상환 의무가 없어 부채와 자본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4억 호주달러(약 3500억 원) 규모의 캥거루 채권 발행에도 성공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캥거루 채권 발행은 최근 불안정한 국내 자금시장 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자금 조달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내년 1분기까지 최대 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 기조에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은행들도 재무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다"며 "부실채권 비율을 관리하고 대손충당금 비율을 높여 재무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지켜가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