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가장 가까운 창업가, 우리동네 골목 사장님

입력 2022-1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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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래 언더독스 대표

‘신장개업’. 업장을 단장하여 새로 열어 영업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흔히 ‘식당을 차렸다’, ‘카페를 열었다’와 같은 설명도 곁들인다. 새로운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일인데 식당이나 카페를 ‘창업했다’라고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어쩌면 ‘창업’이라는 말이 매우 거창하게 들리기 때문일지 모른다. 무작정 세상을 바꿀 멋진 아이디어나 혁신으로 무장한 IT 기업을 떠올리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창업은 유니콘이나 테크 성공신화부터 생각나는 게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창업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우리가 사는 지역을 둘러보자. 동네의 식당, 카페, 옷가게, 사진관, 세탁소, 빵집 등 작은 골목을 빼곡히 채운 모든 가게가 보일 것이다. 생활에 밀접한 점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서비스와 제품 등으로 선보이는 골목의 창업가들이 그 가게를 지키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동네 가게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동네 가게 사장님들은 창업가인 동시에 ‘중소 상공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국의 수많은 골목을 가득 채운 중소 상공인들은 상품의 생산자인 동시에 지역의 소비자가 된다. 지역의 중소 상공인들은 지역 주민들의 삶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민들의 삶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다. 지역 생태계의 중요한 일원인 것이다.

중소 상공인들이 살아야 골목이 살고, 골목이 살아야 동네가 살고, 동네가 살아야 지역 자체의 경제가 활발해진다. 어떤 골목은 서울의 가로수길이나 경주의 황리단길처럼 아주 유명해져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찾고 싶은 명소가 된다. 즉, 지역 중소 상공인들의 성장은 지역경제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언더독스를 통해 성장한 창업가들도 골목을 넘어 지역의 활기를 되찾는 데 기여한다. 대표적 사례가 ‘춘천 감자빵’을 선보이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밭’이다. 언더독스 창업사관학교 출신의 이미소 대표가 이끄는 농업회사법인 밭은 강원도의 특산물인 감자의 포슬한 맛과 매력을 살린 빵으로 인기를 얻고, ‘감자밭’이라는 카페가 춘천에서 가볼 만한 장소로 소개된 후 이제는 지역의 활기를 불어넣는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군산에서 지역의 ‘관계인구’를 열심히 만드는 창업팀도 있다. 군산의 구도심을 중심으로 언더독스가 SK E&S와 함께 진행한 도시재생 프로젝트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이 그 주인공이다. ‘로컬프렌들리’의 김수진 대표는 소멸되어 가는 군산을 찾은 사람들을 위해 마을 전체를 하나의 숙박시설처럼 연결한 커뮤니티 호텔 ‘후즈넥스트’를 열고, 군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전통주 보틀숍 ‘주인(酒Inn)’(전 ‘술읽는상점’) 등을 인근 상점들과 함께 교류하는 구심점으로 운영 중이다. 함께 먹고 마시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라 믿는 창업가로서의 철학이 이런 창업을 가능하게 했다.

한 지역에서 꾸준히 장사하며 명성을 쌓고 그 가게의 존재가 지역을 찾아오는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지역 기반 중소 상공인의 성장을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우리 골목에서 장사하는 동네 사장님들이 오랜 시간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정보와 능력이 필요하다. 언더독스도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중소 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브랜딩이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교육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곳곳의 골목을 지키는 다양한 중소 상공인들의 성장은 단순히 한 업체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교육과 성장의 기회는 많아져야 한다. 상점 하나가 많은 방문객을 이끌기 시작하기만 해도 그 골목은 활기를 띠게 되고, 어느새 활발한 교류의 장이자 다시 찾고 싶은 거리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하고, 그 골목과 거리의 정취에 반한 많은 사람들을 그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매력만점의 존재로 성장하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창업가, 우리동네 사장님은 이렇게나 귀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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