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를 보면 대학 ESG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지속가능성 이슈를 대학의 ‘전략 체계 전반에 통합’하는 것이다. 대학이 추구하는 비전 미션 핵심 가치, 운영 전략 및 거버넌스, 학교 행정과 관리 제반 활동에 ESG를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탠퍼드대학은 2003년 지속가능성 1.0을 도입한 이후 현재 3.0단계(Sustainable Stanford)이다. 학교의 운영, 교육, 관리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 이슈들을 수집해 총장과 논의하고, 지속 가능성이 전략의 최고 목표임을 선포했다. 스탠퍼드의 장기 비전과 전략 계획을 위해 별도로 지속 가능성 전략 조직(Sustainability Design Team)을 뒀고, 지속 가능 정책을 캠퍼스 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실무 조직(Sustainability Working Group, SWG)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내의 에너지, 폐기물, 수자원 관리 등 7대 중점 추진과제를 실행하고 관리한다. 이러한 결과는 지속 가능 리포트(Sustainability Report)를 통해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대학 ESG의 두 번째 영역은 ‘지속 가능 커리큘럼과 연구 활동’이다. 유타대학은 7대 핵심가치(Core Value)를 정의해 학교 운영과 연구 활동에 적용하고 있다. 학생의 성공과 참여(Student Success and Engagement), 탁월한 연구 및 수업 역량(Research and Teaching Excellence), 다양성(Diversity) 다음으로 네 번째 핵심가치가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이는 유타대학의 네 번째 전략 목표인 ‘대학의 장기 생존능력 확보(Ensure Long term Viability of the University)’로 구체화됐다. 지속 가능 커리큘럼을 위해 사회행동과학대(College of Social and Behavioral Science)와 같은 다양성 및 포용성 관련 과정을 개설했다. 학생들의 ESG 교육을 위해 지속 가능성 교육자문위원회를 두고, 2017년 7.9%에서 2020년 36.4%와 같이 ‘ESG 교육 이수율’을 관리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경우에도 2020년 ESG 교육과정 이수율은 36.4%에 이른다. 이제 학생들 공부 중 삼분의 일 이상이 ESG가 된 것이다. 연구 활동 관련해서는 하버드 대학이 주목할 만한데, 기후 및 지속 가능성 담당 부총장을 둬 학문 간 통합과 융합을 관할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 ESG의 세 번째 영역은 ‘자기자본 및 기금의 ESG 기반 운용’이다. 해외 대학 사례들을 보면, 흡사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들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대학마다 ‘책임투자조직’을 두고 각종 ‘ESG 펀드’를 운용하고 ‘ESG 기금투자운용 리포트’까지 정기 발간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예일대학의 경우 일반적인 자산소유자나 운용사처럼 ‘스튜어드십’ 과제가 있고, 투자위원회(Yale Investment Office)도 설치했다. 투자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위해, 투자자책임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on Investor Responsibility)까지 두고 있다. 이러한 제반 과정들을 대학의 수탁자 책임과 투자에서의 이행과정과 활동들을 ‘ESG 투자운용 리포트’를 통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각 대학은 유타대학의 ESG 펀드나 지속가능 펀드, 사회 선택 펀드(Social Choice Fund)처럼, ESG 주제별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기도 한다.
앞의 질문에 중간 점검을 해보자. 학교 ESG도 전사 비전, 전략 및 핵심 가치와 과제 도출은 일반 회사 ESG와 유사하다. 하지만 커리큘럼 및 연구 활동에 ESG를 통합하는 것은 학교 고유의 활동이자 본질적인 부분이다. 자기자본 및 펀드 ESG는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 구현 방식과 유사하게 접근하면 된다.
국내는 어떨까? 각 대학의 ESG 커리큘럼 개설은 이미 본격화됐다. 2021년 8월, 건국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ESG 위원회를 설립했고, 11월에는 계명대가 동참하며 대학 ESG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2022년 서울대는 비전에 지속가능성을 추가하고 학칙에 ESG 관련 조항을 넣고 산학협력단을 통해 지속 가능 교육을 실천한다. 고려대는 ESG 위원회 산하에 ‘탄소중립이행소위원회’를 두고, 2045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ESG 연구센터, 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을 운영한다. 한양대, 아주대, 원광대는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했다. 다만, 책임투자 면에서는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
대학에서도 회사나 공공기관 ESG와 마찬가지로 ‘지속 가능성 인증이나 등급 평가’를 한다. 해외의 경우 스타(STARS) 등급이 있는데, 각 대학을 플래티넘에서 리포터까지 5개의 단계로 평가한다. 프린스턴 리뷰에서 발표하는 그린 칼리지 톱 50와 455 리스트도 발표도 참고할 만하다. 기후 지속가능성 관련, 대학의 탄소발자국을 현황을 고시하는 세컨드 네이처(Second Nature)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사회, 기업들의 ESG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학교에서도 ESG 요구가 커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상아탑들의 전방위적 노력은 코끼리가 죽은 이후에도 상아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그 상징만큼이나 아름답고 고귀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