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영국 왕자부터 노르웨이 공주까지…사랑 찾아 왕실 떠나는 로열패밀리들

입력 2022-11-09 16:3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노르웨이 마르타 루이스 공주와 약혼자 듀렉 베렛(출처= 마르타 루이스 인스타그램 캡처)
▲노르웨이 마르타 루이스 공주와 약혼자 듀렉 베렛(출처= 마르타 루이스 인스타그램 캡처)

노르웨이 공주가 왕실 공식 업무 중단을 선택했습니다. 지위나 권한을 포기하는 왕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지위를 포기하는 왕족들의 선택은 언제나 세계를 놀라게 하는데요. 그들이 재산과 지위, 명예를 포기하면서까지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요?

‘주술사’ 약혼자와 사업하려 왕실 업무 중단한 노르웨이 공주

마르타 루이세(50) 노르웨이 공주가 주술사 약혼자와 대체의학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왕실 공식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하랄드 5세 국왕의 장녀이자 노르웨이 왕위 계승 서열 4위인 루이세 공주는 공주 직책은 유지하지만, 앞으로 왕실을 대표하는 업무를 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주술사’라고 주장하는 약혼자 듀렉 베렛(47)과 사업을 하기 위함입니다.

‘할리우드의 영적 지도자’를 자처하는 베렛은 책 ‘스피릿 해킹’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2019년 발간된 이 책은 사람들이 암에 걸리는 것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됐습니다. 루이세 공주 또한 평소 대체요법과 신비주의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신이 죽은 이의 영혼을 볼 수 있고 천사와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두 사람은 6월 약혼했습니다.

노르웨이 왕실은 “(두 사람의) 상업 활동과 왕실을 구분하는 경계선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노르웨이 보건당국에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며 의학과 관련된 공주의 행보와 왕실의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죠. 왕실과 공주의 노선 차이를 명백히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AP 뉴시스)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AP 뉴시스)

해리 왕자·마코 공주 이어…‘왕족 사직’ 줄 선언

왕실의 일원이 권한을 포기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영국 해리 왕자와 일본 마코 공주도 왕족 지위를 내려놨습니다.

해리 왕자(38)는 2020년 1월 배우자 메건 마클(41)과 함께 영국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마클은 미국 드라마 ‘슈츠’에 출연한 유명 배우입니다. 해리 왕자는 TV에 나온 마클을 보고 한눈에 반해 “저 여자가 내 이상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합니다.

이들의 독립은 일명 ‘메그시트(Megxit)’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해리 왕자 부부는 로열 패밀리 직위를 반납하며 왕실 공무 수행의 대가로 받았던 재정 지원을 일체 포기하고, 부부의 자택으로 사용 중이었던 윈저성 리모델링 비용 240만 파운드(약 36억 원)도 반납했습니다.

두 사람의 성명 발표 이후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버킹엄궁 명의 성명을 통해 “나의 손자와 그 가족에게 건설적이고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게 돼 기쁘다”고 심경을 밝혔죠. 아울러 “그들(해리 왕자 가족)이 지난 2년간 집중적인 심의를 거치면서 경험한 도전들을 인정하며 더 독립적인 삶을 향한 그들의 염원을 지지한다”고 응원했습니다.

약 1년 후인 2021년 3월 7일, 해리 부부는 2시간에 걸친 오프라 윈프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독립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해리 왕자는 “카메라 셔터와 플래시가 내 피를 끓게 만들었다”며 “내가 어릴 적 어머니가 겪어야 했던 일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리 왕자의 모친 다이애나 비는 생전 엄격한 왕실 규율과 답답한 생활 등으로 왕실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다이애나 비는 해리 왕자가 12살일 때 파파라치를 피하려다 교통사고로 숨졌죠.

해리 왕자는 아버지인 찰스 당시 왕세자가 다이애나 비의 죽음과 관련해 언론 노출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던 것에 분노하며 “내가 고통받은 만큼 아이들을 고통받게 할 필요는 없다. 순환을 깨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리 부부는 미디어의 과도한 관심과 왕실의 억압적·차별적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을 감행한 셈입니다.

일본의 마코 공주(30)도 일본 왕족으로서는 이례적인 ‘사랑의 도피’로 화제가 됐습니다.

마코 공주는 작년 10월 일본 국제 기독교 대학(ICU) 동기로 만난 고무로 게이(31)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마코 공주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 친왕의 첫째 딸입니다. 일본 왕실에서 남성은 평민 여성과 결혼하더라도 왕족의 지위를 유지하지만, 여성은 평민과 결혼할 경우 왕실을 떠나야 합니다.

마코 공주의 발표에 일본 국민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습니다. 평민인 데다 결혼 발표 당시 변호사 시험을 준비 중인 남편의 불안정한 사회적·경제적 지위, 그리고 가정사나 부모님의 빚까지 문제 삼았죠.

결혼 소식을 발표한 후, 수도 도쿄에서는 마코 공주의 결혼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왕실은 일본의 영혼”, “저주받은 결혼으로 왕실을 더럽히지 말라”라는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나섰습니다. 일본 주간 ‘주간아사히’ 2021년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97.6%(1만3057명 중 1만2749명)가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좋지 않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왕실은 보수적인 성(性) 관념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데다 일본 전통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일본 국민이 자부심처럼 여기던 ‘왕실 혈통’을 유지하지 않는 마코 공주의 행보가 부정적 여론을 촉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혼을 발표하는 마코 공주와 고무로 게이(AP 뉴시스)
▲결혼을 발표하는 마코 공주와 고무로 게이(AP 뉴시스)

변화하는 왕족들의 ‘내 삶 찾기’

이들은 모두 ‘원하는 대로 삶을 살기 위해’ 왕실을 박차고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왕실의 엄격한 전통과 규율이 그들의 삶을 가로막고 있죠. 성차별적이거나 인종 차별적인 관습 등은 왕족들의 왕실 탈출을 부추깁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왕실의 엄격한 규율과 대중에 무분별하게 노출돼야 하는 환경 등을 피하고자 왕실을 문을 박차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영국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했죠.

마코 공주 부부 또한 일본을 떠나 미국 뉴욕에서 생활 중입니다. 여론을 의식해 통상 공주가 왕실을 떠날 때 받는 최대 1억5250억 원(약 16억 원)의 지참금도 포기했습니다. 마코 공주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남편 고무로 게이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뉴욕의 한 법률 사무소에서 근무 중입니다. 일본 왕족이 결혼 후 바로 외국에 이주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노르웨이의 마르타 공주 역시 마찬가지죠. 약혼자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왕실의 수많은 혜택을 포기했습니다. 이들은 왕족으로서의 풍족한 삶을 포기한 대신 고루한 왕실과 대중의 무분별한 관심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 전통에 도전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이들의 행보를 보면,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다룬 드라마 ‘더 크라운’의 명대사 ‘변화는 전통에 도전할 것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20년 째 공회전' 허울 뿐인 아시아 금융허브의 꿈 [외국 금융사 脫코리아]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빼빼로 과자 선물 유래는?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100일 넘긴 배달앱 수수료 합의, 오늘이 최대 분수령
  • '누누티비'ㆍ'티비위키'ㆍ'오케이툰' 운영자 검거 성공
  • 수능 D-3 문답지 배부 시작...전국 85개 시험지구로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09:49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1,894,000
    • +4.77%
    • 이더리움
    • 4,436,000
    • +2.28%
    • 비트코인 캐시
    • 622,000
    • +12.38%
    • 리플
    • 822
    • +5.93%
    • 솔라나
    • 292,500
    • +4.8%
    • 에이다
    • 822
    • +15.61%
    • 이오스
    • 810
    • +19.47%
    • 트론
    • 229
    • +1.78%
    • 스텔라루멘
    • 151
    • +6.34%
    • 비트코인에스브이
    • 84,000
    • +11.26%
    • 체인링크
    • 20,000
    • +4.38%
    • 샌드박스
    • 408
    • +6.8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