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구제인수 추진하기로
두 CEO 냉랭한 관계도 조명
루나·테라 사태에 이은 시장 충격파 우려도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에 서명하고 실사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FTX를 구제 인수하는 형태다. 자오 CEO는 “FTX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해왔다”면서 인수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CEO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인수가 최종 성사되면 자오 CEO가 가상자산 산업을 재편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바이낸스의 일일 거래량은 400억 달러(약 55조 원)에 달하며, FTX의 일일 거래량은 40억 달러 정도다.
그랬던 그를 한순간에 무릎 꿇게 만든 결정적 계기는 경쟁업체 CEO인 자오의 트윗 한방이었다. 시작은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의 보도였다. 지난 2일 코인데스크는 6월 말 기준 FTX의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자산 146억 달러 중 4분의 1이 FTX가 발행한 토큰인 FTT로 구성됐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알라메다가 FTT에 의존하고 있어 FTT 가격이 내려가면 두 회사가 동시에 자금난에 처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당 보도를 접한 자오 CEO가 지난 6일 “보유하고 있던 FTT를 전량 매각하겠다”는 트윗을 날리며 시장의 불안감에 불을 질렀다.
곧바로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거 빼내는 이른바 ‘뱅크런’이 발생했고, FTX는 결국 인출 중단 조치를 내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72시간 사이 FTX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약 70억 달러에 달했다.
양사의 갑작스러운 인수·합병(M&A) 소식에 자오와 뱅크먼-프리드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낸스는 FTX 초기 투자자였지만, 오랜 기간 두 CEO는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워싱턴을 자주 방문하며 로비하면서 적극적으로 규제기관과 우호적인 관계를 쌓으려고 노력했다. 자오 CEO는 이 과정에서 뱅크먼-프리드의 일부 발언으로 바이낸스가 피해를 봤다고 인식하면서 대립하게 됐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일이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또 한 번 시장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FTT 가격은 이날 70% 넘게 폭락했고 가상자산 대표인 비트코인은 한때 1만7000달러대까지 떨어져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