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해밀톤호텔 사장을 입건하는 등 수사 범위를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용산서장과 용산소방서장 등을 입건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도 참사 책임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면서 관련자 처벌에 대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국가배상 소송까지 예고했다.
9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본은 이날 해밀톤호텔을 압수수색하고 사장 A 씨를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해밀턴호텔 본관과 별관 모두 무단 증축이 적발돼 위반건축물로 등록된 상태다. 불법 증축 탓에 참사 당시 대피할 공간이 좁아 피해가 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입건한 데 이어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사와 관련해 "집회가 일어나는 용산 쪽에 치안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 분명히 국가는 없었던 것"이라며 사실상 정부 책임을 인정했다.
법조계는 관련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형법 제268조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사고 발생 50분이 지난 오후 11시 5분에 현장을 찾았고, 기동대 출동 권한이 있는 서울경찰청장에게 11시 36분에 첫 보고 했다. 류 총경은 112신고를 포함해 서울 시내 야간 긴급 상황을 총괄하는 종합상황실을 진두지휘해야 하지만 1시간 24분이나 자리를 비웠다.
한 현직 판사는 “사실 인과관계가 성립되기 쉽지 않아 (직접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이 적용되기는 까다롭다”면서도 “결국 업무상 과실치사의 공동정범으로 엮어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전에도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적 있다”고 말했다.
성수대교 붕괴 당시 시공사 현장소장과 사업소장 등 17명이 업무상 과실치상죄 등의 공동정범으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시 도로국장과 공사감독관 등 발주청인 서울시 공무원 등도 포함됐다.
함께 입건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을 적용하기 무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수본은 사고 발생 당시 종로소방서 구급차가 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등 용산소방서의 현장 출동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용산소방서 구급차는 이태원역 인근에서 발생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오후 10시 7분 센터를 떠난 만큼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에서도 소방 도착이 늦었다고 처벌되진 않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국가배상 소송도 예고하면서 배상도 가시화되고 있다. 참사 이후 경찰의 대처나 경찰 지휘체계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와 정보보고서 삭제, 구청의 참사 예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희생자 유족이 국가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창민 변호사는 "경찰 의무 불이행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뿐만 아니라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직무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