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회 심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놓고 재계와 노동·시민단체가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올해 7월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2%),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세율 폐지 등의 세제 완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내 기업의 복합위기 극복과 경제 대전환 시대의 선제 대응을 위해 세제개편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노동·시민단체는 재벌기업과 부자를 위한 대규모 감세를 담은 개정안이 세수 감소와 양극화·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9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7일 법인세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경제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내년부터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안팎의 경고 목소리를 감안해 지금이 법인세를 인하해야 하는 적기"라며 "무엇보다도 기업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법인세 인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인하 효과가 법 시행 후 최초로 법인세를 중간예납하는 내년 하반기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올해 법안이 통과돼야 하고,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고환율 등으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는 추세에서 법인세 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은행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고 결국 고금리 이자 폭탄을 맞는 악순환의 연속인 상황"이라며 "이에 현금 흐름을 개선해 경기침체 장기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법인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법인세 인하가 결국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 유치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상품·서비스 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에게, 고용과 임금 증가를 통해 근로자에게, 투자 확대를 통해 협력업체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간다는 것이다.
같은 날 공교롭게도 참여연대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단체는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세제개편안의 문제점들을 낱낱이 지적했다.
이들은 "법인세 인하 안은 최고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100개 내외의 재벌대기업에게만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22%까지 인하하겠다는 재벌감세인 점에서 매우 큰 문제"라며 "이 조치는 필연적으로 세수의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과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집중된 감세로 향후 5년 동안 60조 원 가량 규모의 세수가 줄고, 이중 법인세는 27조9000억 원이 감소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세법개정안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강 교수는 "낙수효과가 작동되지 않는 현실에서의 부자 감세 기조는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성장잠재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나아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불평등 구조도 확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법인세 세율 체계를 2~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최고세율을 25%로 유지하되 적용 과표구간을 하향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투자·임금·상생협력 등으로 환류되지 않고 유보된 미환류소득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도 폐지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세제개편안 심의에 돌입한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재계, 노동·시민단체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