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면 최대 84조 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되고, 금리상승과 원·달러 환율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원화가치 하락, 한·미 정책금리 확대 등에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 모멘텀이 약화한 가운데, ‘원화채 디스카운트’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세계국채지수 편입의 의미 및 기대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WGBI 편입에 따른 신규자금 예상 유입규모는 약 500억~600억 달러(약 70조~84조 원)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국채시장의 WGBI 예상 비중 2% 및 해당 지수 추종자금 추정치를 반영한 결과다. 지수편입이 12~18개월에 걸쳐 이뤄지면 월평균 약 28억~50억 달러(약 4조~7조 원)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WGBI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지수사업자 FTSE 러셀(Russell)이 발표하고 있는 주요국 국채로 구성된 국채지수다. 주요 선진국 및 중국,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총 23개국 국채를 포함하고 있다. 신규 편입은 매년 두 차례 진행되는 정기 리뷰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WGBI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포함돼 있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공식 지수 편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WGBI 편입은 추종자금 유입과 더불어 채권가격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보유 장기화 효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지수편입에 따라 국채 수익률(5년물 기준) 하락 효과는 약 25~70bp(bp=0.01%) 수준으로 추정되며, 장기성향 민간자금인 WGBI 추종자금의 성격을 고려할 때 지수편입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보유 듀레이션 장기화를 기대할 수 있다. WGBI 평균 듀레이션은 약 9.6년이다.
지수편입에 따른 자금유입 확대는 외환시장 안정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연은 WGBI 편입 이후 매월 50억 달러(약 7조 원)의 신규자금이 12개월간 유입될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폭은 약 1.1~6.2%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수편입에 따른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 규모가 현재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의 3분의 1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지수편입에 따른 자본유입 확대는 국내 외환시장 부문에서도 통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채권자금 외 변수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큰 탓에 지수편입에 따른 실제 환율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자본연은 지수편입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클 것으로 보이나, 국채시장의 대외요인 민감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선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WGBI는 가입조건과 더불어 명시적인 퇴출 조항을 포함해 국가 신용등급의 기준치 미달 등 최악의 이벤트가 발생하면 급격한 자본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한편으론 외국인의 차익거래 기회 축소로 현·선물 연계 투자 확대 등 채권시장의 변동성 증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