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내년 2%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 2050년에는 0.5%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로 노동 공급이 감소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장기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의 장기경제성장률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KDI는 한국의 장기경제성장률을 내년 2%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서 2050년 0.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023~2030년 1.9%에서 2031~2040년 1.3%, 2041~2050년 0.7%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향후 경제활동 참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고령 인구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하락세를 보여 2050년에는 1.3%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향후 경제성장률의 하락세는 주로 고령화로 인한 노동 공급의 감소에 따른 것으로 KDI는 분석했다. 노동 공급은 성·연령대별 경제활동참가율과 실업률 전망을 바탕으로 추산한 취업자 수를 의미한다. 노동 공급은 1991~2019년 한국의 경제 성장에 1%포인트(p) 수준으로 기여했지만, 고령화로 인해 생산연령인구 등이 줄면서 2023년에서 2030년에는 성장기여도가 0%대, 2031년~2050년에는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다.
장기경제성장률의 수준은 생산요소를 투입했을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물로 이어지는지를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요소생산성은 자본·노동·에너지·원재료·서비스 등 모든 투입요소를 고려한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대외 개방 △법제 및 재산권 보호 △금융 △노동 △기업활동 규제 등에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25%인 1.3% 수준으로 유지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노동공급의 성장기여도 하락에도 우리 경제가 2050년에 1.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가장 낮았던 2010년대 수준(0.7%)에 정체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에 우리 경제가 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1인당 GDP 증가율도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에 1%대 후반을 유지하지만,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고령화로 인한 노동 공급 감소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구조 개혁을 통한 총요소생산성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KDI는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을 적극 추진하며 생산성을 개선함으로써 인구구조 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해야 한다"며 "대외 개방, 규제 합리화 등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경제활동 참가가 저조한 여성과 급증하는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외국인력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노동공급 축소를 완화해야 한다"며 "교육개혁을 통한 인적자본의 질적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성장 잠재력을 올리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올라가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을 통해 과도한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경기가 과열되거나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목표 설정은 우리가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나 장기적인 추세에 부합하는 정도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