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레고랜드, 이태원 그리고 무능과 불통

입력 2022-11-02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남현 정치경제부 경제전문기자

“조금 미안하다. 어찌 됐든 전혀 본의가 아닌데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지난달 27일 김진태 강원도지사

“그전과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지난달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건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 - 지난달 31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근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와 이태원 참사의 직간접 당사자들이자 책임자들의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른 것은 두 가지. 우선, 프린스턴대 철학과 명예교수이자 저명한 도덕철학자인 해리 G 프랭크퍼트의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다. 이 책에서는 개소리쟁이들은 진리의 편도, 거짓의 편도 아닌 자기 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하나는 고려대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가 말한 ‘기술적 언어’와 ‘소통의 언어’다. 그는 당국자들은 보통 기술적 언어를 구사하지만, 개인주의도 집단주의도 아닌 관계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의 경우 소통의 언어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명박(MB) 정부 당시 광우병 사태에서 당국자들이 미국산 소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언급하며 해명했던 게 대표적 기술적 언어의 사례다.

이를 종합하면, 앞선 인사들의 말들은 불통의 표본이다. 자기변명과 함께 불안한 시장과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능력 또한 없다. 자본시장을 뒤흔든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는 9월 28일 김진태 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BNK투자증권에서 빌린 2050억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GJC에 대해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김 지사가 내놓은 말이라곤 “빚을 갚겠다”는 정도였다.

금융당국 역시 사태가 터지고 한 달여가 지난 후인 지난달 23일에서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0조 원 플러스 알파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시장 불안에 적기 대응”이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오죽했으면 기자들이 이들 면전에서 “아마추어 같다. 늦었다”고 일갈했을까.

핼러윈 행사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마스크를 벗은 첫 행사였다는 점에서 만원 인파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발발 전 행사에선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질서를 유지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했었다.

뒷북 대응에 불안감은 여전하다. 자본시장에선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며, 중소형 증권사와 건설업체 몇 곳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횡횡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를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직전단계인 워치리스트에 등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경제심리도 악화일로다. 가계와 기업심리를 종합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경제심리지수(ESI)는 10월 기준 95.5까지 떨어져 2021년 1월(92.7) 이래 최악을 기록 중이다.

그렇잖아도 우리 경제는 올 들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이다. 미국 연준(Fed)의 공격적 금리인상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악재가 겹친 게 직접적 원인이지만, 정부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다. 무역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현 정부 출범과 궤를 같이 한다. 올 3분기(7~9월) 경제성장률(GDP)은 전기 대비 0.3%를 기록해 가까스로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4분기 역성장 가능성이 높다. 그마저도 내수가 떠받친 성장이었다. 이태원 참사로 침체된 심리와 애도기간이 겹치면서 내수 또한 흔들리게 됐다.

무능과 불통을 보여준 정부가 과연 이런 난국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kimnh21c@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긁어 부스럼 만든 발언?…‘티아라 왕따설’ 다시 뜨거워진 이유 [해시태그]
  • 잠자던 내 카드 포인트, ‘어카운트인포’로 쉽게 조회하고 현금화까지 [경제한줌]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말라가는 국내 증시…개인ㆍ외인 자금 이탈에 속수무책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트럼프 시대 기대감 걷어내니...高환율·관세에 기업들 ‘벌벌’
  • 소문 무성하던 장현식, 4년 52억 원에 LG로…최원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4,077,000
    • +3.76%
    • 이더리움
    • 4,415,000
    • -0.14%
    • 비트코인 캐시
    • 603,500
    • +1.6%
    • 리플
    • 813
    • +0.25%
    • 솔라나
    • 292,800
    • +2.88%
    • 에이다
    • 817
    • +1.49%
    • 이오스
    • 779
    • +5.7%
    • 트론
    • 231
    • +0.43%
    • 스텔라루멘
    • 153
    • +2.68%
    • 비트코인에스브이
    • 83,000
    • +1.03%
    • 체인링크
    • 19,450
    • -3.23%
    • 샌드박스
    • 405
    • +2.0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