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뉴욕시가 200만명 몰리는 ‘핼러윈 퍼레이드’에서 시민을 지키는 법

입력 2022-11-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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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NYC Village Halloween Parade)
▲(출처=NYC Village Halloween Parade)

매년 10월 31일(현지시간) 열리는 ‘빌리지 핼러윈 퍼레이드(NYC Village Halloween Parade)’는 뉴욕 최대의 축제입니다. 1973년 인형극·마스크 제작자 랄프 리(Ralph Lee)가 시작한 소박한 동네 행사는 올해로 49회를 맞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핼러윈 퍼레이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빌리지 핼러윈 퍼레이드’는 5개 자치구를 걸쳐 개최됩니다. 오후 7시 차이나타운 근처 캐널 6번가에서 행진을 시작해 북쪽의 15번가까지 2.3㎞에 이르는 거리를 2~3시간에 걸쳐 행진하는 것이 행사의 핵심입니다.

올해의 주제는 ‘자유(Freedom)’였습니다. 행렬, 인형극, 밴드 등 5만 명에 이르는 인파가 ‘자유’에 맞춰 개성 있는 핼러윈 복장으로 꾸미고 나타났습니다. 구경을 위해 모인 인파는 2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핼러윈 축제에서 뉴욕시는 대중의 안전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을까요.

▲행진 거리와 대중교통 이용 방법을 안내하는 전용 웹페이지 게시물(출처=‘VILLAGE HALLOWEEN PARADE’ 웹페이지 캡처)
▲행진 거리와 대중교통 이용 방법을 안내하는 전용 웹페이지 게시물(출처=‘VILLAGE HALLOWEEN PARADE’ 웹페이지 캡처)

전용 웹사이트 통해 인파가 몰리는 곳 미리 공지

행사가 시작되기 한 달 전인 9월 말 뉴욕시는 ‘빌리지 핼러윈 퍼레이드’ 전용 웹페이지를 개설합니다. 카운트 다운과 함께 퍼레이드 계획, 그 해의 주제 등이 공개되고, VIP 구역을 위한 티켓 판매가 시작됩니다. 웹페이지에서는 이벤트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합니다.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는 경로를 표시한 지도를 제공하고 참가자가 참여하는 방법과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퍼레이드 장소에 올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안내합니다.

특히 대중교통과 관련해 가능한 다양한 경로와 퍼레이드 기간 동안 바뀌는 사항을 안내해 혼잡을 줄입니다. “지하철 L선은 평소처럼 5~8분 간격으로 운행할 것이며, 오전 1시부터 5시 사이에는 20분 간격으로 운행할 것입니다”, “지하철은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스프링 거리 중앙터미널을 우회할 예정입니다”와 같은 사전 안내를 통해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거리와 더불어 가장 혼잡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리를 웹페이지에 미리 공지해 일찍 귀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빠져나갈 길을 터주기도 합니다. 지난달 31일 퍼레이드를 마친 후에는 “블리커 거리와 14번가 사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니, 이르게 축제를 뜨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예정이 있는 사람은 고려하세요”라고 안내했습니다.

▲바리케이드 쳐진 행진 구역 안에서 말을 탄 채 주변을 정리하는 뉴욕 경찰(출처=‘NYPD NEWS’ 트위터)
▲바리케이드 쳐진 행진 구역 안에서 말을 탄 채 주변을 정리하는 뉴욕 경찰(출처=‘NYPD NEWS’ 트위터)

현장은 경찰 2000명 배치·헬기 띄워 보호

뉴욕 경찰국(NYPD)은 행사를 위해 총력을 기울입니다. 몇 달에 걸쳐 안전 계획을 짜고, 행사 며칠 전부터는 본격적인 준비에 나섭니다. 퍼레이드 경로에는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레스토랑, 바(bar), 나이트 클럽 등의 장소를 위주로 치안을 감시합니다. 행진은 대로에서만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구경꾼들 역시 경찰의 철저한 통제 아래 움직입니다.

행사 당일에는 2000명이 넘는 경찰이 동원됩니다. 군중을 외부에서 통제하는 경찰들이 있는가 하면, 군중 속에 섞인 사복 경찰들도 있죠. 이들은 폭발물을 탐지하고 테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합니다.

2.3㎞에 달하는 긴 행진 구간을 지나기 때문에 구경꾼들은 어디서든 퍼레이드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넉넉한 공간이 확보되어 군중이 지나치게 몰리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겁니다. 지하철역도 행진 구간에만 5개가 있습니다. 인근에는 더 많은 지하철역과 버스 노선이 있어 좁은 장소에 사람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대형 이벤트는 지자체 공식 행사로 지정…한국은?

뉴욕 빌리지 핼러윈 퍼레이드에서는 배울 점이 있습니다. 사람이 대거 몰리는 대형 이벤트라면 지자체 공식 행사로 지정해 조직화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산하 재난관리교육원(EMI)은 ‘특수 상황 비상 계획(Special Events Contingency Planning)’을 통해 공공장소에서 행사를 기획할 때 유의할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정한 국가 사고 관리 시스템(NIMS Incident Command System)의 기본 사항을 따르도록 지시하고 있기도 하죠.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행사 주최가 없었던 것이 맹점으로 지적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미 유사한 행동 지침이 있습니다. 소방방재청이 2006년 발간한 ‘공연·행사장 안전 매뉴얼’입니다. 이 매뉴얼은 2005년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11명이 압사로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제작되었습니다. 공공장소에 인파가 몰릴 경우 ‘동선 관리로 인파를 분산’하고 ‘안전관리 요원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대해 규정하고 있어 이번과 같이 주최가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주최 없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행사에도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된다면 담당 기관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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