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발 ‘크레딧 다운']②자금 경색 땐…실적도 미래 투자 길도 막힌다

입력 2022-11-01 14:25 수정 2022-11-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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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M&A 투자 위축 (업계 취합)
▲기업 M&A 투자 위축 (업계 취합)
신용등급이 좋은 ‘모범생’(우량 대기업)들까지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발행된 회사채 264건 중 40건(15.15%)은 수요예측 경쟁률이 1 미만이었다. 치솟는 물가와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어서다.

더 큰 문제는 경기 침체로 실적까지 나빠지면서 많은 기업이 신용등급이 나빠지는 ‘추락천사(fallen angel)’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자금 상환 압박→투자 위축(M&A 위축)→실적악화→재무구조 악화→신용등급 추가 하락’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M&A·투자 위축 우려

시장참여자들은 왜 신용위험을 그토록 두려워할까. 기업과 실물시장으로의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태 후 곳곳에서 전염의 경보음이 울린다.

M&A 시장에는 잿빛 그림자가 드리웠다. 올해 결렬된 M&A만 7조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지분 53.3%, 2조7000억 원)를 추진 중인 롯데케미칼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2700억 원의 계약금을 납부했고, 내년 2월까지 거래를 마쳐야 한다. 롯데케미칼 측은 인수를 포기할 계획이 없다는 태도지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고, 한국신용평가는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계열사가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경영 정상화까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재무 건전성을 우려한다.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은 다른 M&A 사례도 마찬가지다. 높아진 인수금융 금리도 변수 중 하나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가 인수를 추진하는 PI첨단소재는 당초 거래 종료가 9월 예정이었으나 12월로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인수금융 비중을 줄이려는 시도 때문에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펀드들의 총알도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모집합투자기구(PEF)신규 약정액은 6조8501억 원으로 작년 하반기(11조8427억 원)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연간 실적은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수준(약 19조 원)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기업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무디스는 “POSCO홀딩스는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연결 기준 차입금 규모가 총차입금(조정 전)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SK이노베이션 등 설비투자를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한화솔루션, 현대오일뱅크 등은 공정설립이나 신규투자를 중단키로 했다.

벤처시장에도 먹구름이다. 올해 1∼9월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액은 5조3752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3분기만 들여다보면 전년 동기보다 40% 급감했다.

잿빛 전망에 기름 부은 레고랜드 사태

시장 전문가들은 석유화학과 증권·저축은행·부동산신탁 등에서 추락 천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채권시장의 위축은 대부분 기업이 만기 도래하는 대규모 채권을 차환할 때 훨씬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고, 이는 기업의 이자 비용 부담 능력 및 영업현금흐름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대부분의 한국 비금융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한계기업은 또 다른 뇌관이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계기업은 2017년 3111개에서 2021년 3572개로 14.8% 늘었다.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치는 기업을 말한다.

시장에서는 더 늦기 전에 ‘경보음’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박용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금리가 빠르게 오르거나, 코로나19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쳐서 일시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지는 건 기업만의 잘못으로 볼 수 없다.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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