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파가 몰리는 각종 행사와 공연은 관련법에 따라 안전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그렇지 못했다. 주최 측이 없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민간 행사일수록 경찰이 더더욱 적극적인 통제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31일 경찰 고위 관계자는 ”주최측이 있는 축제의 경우엔 사전에 관련 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의료 등 유관 기관들이 사전에 역할 분담해서 체계적으로 대응해왔다”며 “주최측이 없는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 관련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지역 축제의 관리 문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관리된다.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행정안전부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도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해당 법과 매뉴얼은 축제를 개최하는 측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2014년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로 인해 안전 관리를 위한 ‘공연법’ 개정도 이뤄졌지만, 이 역시 주최 측이 공연장 정기안전 검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행사‧축제의 안전을 관리하는 법은 이미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태원 핼러윈 축제와 같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들어진 행사는 그 대상이 되지 못한다. 법은 주최 측이 뚜렷한 행사에 대해서만 안전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탓에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참사 당일 유동인구가 13만 명에 달하는 행사였지만 주관기관이 없어 그 안전관리가 부실했던 것이다.
관련법으로 통제할 수 없는 행사인 만큼 경찰이 더욱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안전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소방당국의 재량권을 이용해 시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차 없는 거리'를 지정하는 방법으로 인파의 혼잡을 감소시킬 수 있고, 사고 발생시 경찰과 소방 인력 출동의 신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경찰과 지자체가 거리의 불법 입간판을 단속해 거리 공간을 확보하고 폐쇄회로(CC)TV를 통해 거리의 혼잡도를 살펴보는 등의 방법으로 선제적인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행사를 법으로 통제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이 자율적 질서 유지를 돕는 것은 괜찮지만 시민들의 자유와 행동을 무조건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승 연구위원은 “가령 불꽃축제에서 입구와 출구를 만들어서 위험요소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경찰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민의 생활을 법으로 통제할 수 없는 만큼 경찰은 위험성을 미리 예측하고 검토해서 국민이 안전하게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자체와 경찰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