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 끼고 두 팔 들어 공간 확보”… 압사 사고 막으려면

입력 2022-10-31 16:22 수정 2022-10-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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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참사는 가로 4m, 세로 40m의 180㎡(55평) 남짓한 공간에 수용 가능한 인원 이상의 사람이 몰리면서 발생했다. 압사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YTN 뉴스특보-이태원 압사 참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에 적절한 인원은 3명 정도로, 관리와 지원이 가능한 상태에서 밀집된 인원은 5명 정도”라고며 “이태원 참사는 1㎡ 당 인원이 10명을 초과한 상태로, 적절 군중밀도의 3배~5배에 이르는 인원이 밀집된 ‘이상 군중’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진 대처법처럼, 압사 등 흔치 않은 사고도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성인 남성 5~6명이 나란히 설 수 있는 좁은 이태원 골목. 이곳에서 사상자 303명이 발생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성인 남성 5~6명이 나란히 설 수 있는 좁은 이태원 골목. 이곳에서 사상자 303명이 발생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압박 시 기억할 것은 ‘팔짱’과 ‘태아 자세’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사인은 대부분 질식으로 인한 압사로 추정된다. 밀집 상황에서 압사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팔짱 끼고 두 팔 들어 공간을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1㎡에 체중 65㎏ 성인이 12명이 몰려 있다면 한 사람에게 가해지는 무게는 780㎏에 이른다. 65㎏ 성인 100명이 밀면 하단에는 18톤(t)에 이르는 압력이 가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이렇게 압력이 크게 가해지는 상황에서는 숨 쉴 공간이 없어 질식에 이른다. 질식을 피하기 위해서는 벽이나 단단한 물체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두 팔을 들어 가슴 앞 공간을 확보해줘야 한다.

횡격막과 늑골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흉부가 압박 당할 경우 폐가 수축할 공간이 없어 숨을 쉴 수 없다.

팔짱을 낄 수 없는 상황에는 푹신한 물체를 가슴에 갖다 대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세는 다리를 양옆으로 벌려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인파에 밀려 이미 넘어졌다면, 머리를 감싸고 다리를 최대한 몸쪽으로 끌어당겨 웅크리는 ‘태아 자세’를 취하는 편이 좋다. 장기와 폐를 보호하고 숨 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근본적으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 고밀도로 군집 됐을 때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압사 사고는 대개 전조증상이 있다고 말한다. 보행이 멈춰서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려 가게 되는 상황은 1㎡당 5명 이상이 몰린 상태다. 이런 징후가 보인다면 그 상황에서 빨리 빠져 나와야 한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건 발생 2시간 전인 오후 8시부터 이미 ‘인파에 휩쓸려 다니는 상태’였다고 한다.

▲▲심폐소생술 시에는 ‘손꿈치’ 부분을 환자의 가슴뼈 아래 1/2 지점에 두고 시술자의 어깨가 환자의 흉골과 수직이 되게 해야 한다.(출처=국민재난안전포털 ‘심폐소생술 성인편’ 캡처)
▲▲심폐소생술 시에는 ‘손꿈치’ 부분을 환자의 가슴뼈 아래 1/2 지점에 두고 시술자의 어깨가 환자의 흉골과 수직이 되게 해야 한다.(출처=국민재난안전포털 ‘심폐소생술 성인편’ 캡처)

구조 이후에는 즉각 심폐소생술…골든타임은 4분

질식 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빠르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폐소생술은 호흡이나 심장박동이 멈췄을 때 인공적으로 호흡을 유지하고 혈액 순환을 유지해 주는 응급처치법이다.

통상 심폐소생술의 ‘골든타임’은 최대 4분이다. 이 시간 내에 심폐소생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뇌사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 반면 심폐소생술이 적절히 시행된 경우 소생률은 3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심폐소생술은 ①환자의 반응 확인 ②119 신고 ③호흡 확인 ④가슴압박 30회 시행 ⑤기도 개방 ⑥인공호흡 2회 시행 ⑦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의 반복 ⑧회복자세 순서로 이루어진다.

④가슴압박 시에는 환자의 가슴을 분당 100~120회 속도로 5~6㎝ 깊이를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깍지 낀 두 손의 손바닥으로 환자의 가슴뼈 아래 1/2 지점을 압박하는 것이 적절하다.

⑤기도 개방 시에는 환자의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 인공호흡에 적절한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 ⑥인공호흡 중에는 환자의 코를 막고 가슴이 올라올 정도로 1초 동안 숨을 불어넣어야 한다.

자동심장충격기(AED)는 반응과 정상적인 호흡이 없는 심정지 환자에게만 사용한다. 심폐소생술 시행 전 주변인에게 119 신고와 함께 심장충격기를 찾아줄 것을 미리 요청하고, 심장충격기가 도착하면 지체 없이 시행해야 한다. 심장충격기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두 개의 패드를 부착한 뒤 심장충격기의 지시에 따르면 된다.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미리 취득해두면 사고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심폐소생술 자격증에는 BLS, KALS, ACLS 등이 있으며 심폐소생술협회를 통해 관련 교육을 이수할 수 있다.

▲▲ 조현호 기자 hyunho@
▲▲ 조현호 기자 hyunho@

사고 후 멀쩡해도 검진받아봐야

사고 후에는 괜찮다고 느껴지더라도 검진을 받아야 한다. 장기 파열과 다발성 골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혈복강(복강내출혈)은 위, 장, 간, 쓸개, 콩팥 등 장기가 들어 있는 공간인 ‘복강’에 혈액이 고이는 증상이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는 복부가 팽창하고 구토하는 피해자가 다수 발견됐다. 이 경우 외상은 없지만 △복부팽창 △체온 하강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빠른 이송과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사고 직후에는 눈에 띄는 부상이 없더라도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이 파괴되며 세포 안에 있는 근육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되며 신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무증상부터 △근육 약화 △경련 △부종 △구획 증후군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사고 현장을 목격한 경우, 정신적 충격이 크기 때문에 신체적 검사와 함께 정신의학적인 치료 또한 동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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