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넘어질 땐 안전을 잡을 수 없다

입력 2022-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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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저녁 친한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3년 만에 마스크 없는 핼러윈을 즐기자며 이태원으로 나오라고 했다. 8년 전 핼러윈 즈음 주말에 해밀톤호텔 뒤편에서 인파에 휩쓸려 다닌 경험이 있어 이제는 그럴 기운이 없다고 거절했다. 몇시간 후 TV를 보는데 시민, 환자, 소방관,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된 이태원 골목길이 나왔다.

핼러윈으로 인파가 몰리면서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후배에게 연락했다. 다행히 사고 1시간 전 현장에서 너무 많은 인파에 발이 묶였다가 겨우 빠져나왔다고 했다. 전해 들은 당시 상황은 골목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움직이기 힘든데 술에 취한 몇몇이 마구잡이로 뚫고 가면서 여기저기서 욕설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겁이 나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그후 1시간 뒤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좁은 골목길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오도가도 못하게 됐고 누군가 쓰러지자 뒤에서 오던 사람들이 걸려서 도미노처럼 그 위에 쓰러졌다. 결국 154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금은 유가족의 아픔을 생각해서 빠른 사고 수습이 이뤄져야 하고, 부상자들은 최선을 다해 살려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사고가 발생한 근본 원인을 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사고만 터지면 나오는 정치권 '네탓' 공방을 보고 싶어하는 국민은 없다.

수년 전부터 이태원에는 핼러윈 때 인파가 몰렸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만에 처음 열린 '야외 노마스크'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진작부터 예상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압사 사고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사람들은 해방감을 느끼며 야외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수만 명이 좁은 곳에 한꺼번에 몰리면 대규모 압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에는 이태원 말고도 홍대나 강남역 등 한꺼번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 있다.

8년 전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안전 불감증 상태인 것이다.

이번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주최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핼러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과 사고 전날에도 인파가 몰린 것을 생각하면 안전요원과 교통상황 체크 등에 각별하게 신경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시급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는 실시간 모니터링과 현장 통제 등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준을 넘어서면 적극적으로 통제할 필요도 있다. 국민들은 안전에 대한 지식과 상식을 갖춰 기준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이런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적극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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