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둔화와 ‘명절 효과’에 따른 임금 증가 폭 확대에도 실질임금은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는 31일 발표한 ‘9월 사업체노동력조사(8월 근로실태조사)’ 결과에서 8월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이 370만20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5.1% 증가했다고 밝혔다. 명절상여금 조기 지급에 따른 특별급여 증가(13.9%)로 상용직 임금이 391만7000원으로 5.5% 늘었지만, 특별급여 지급률이 낮은 임시·일용직은 171만9000원으로 2.4% 느는 데 그쳤다. 사업체 규모별로 300인 이상은 503만6000원으로 2.7%, 300인 미만은 338만4000원으로 5.9% 각각 늘었다. 산업별로 운수·창고업(9.2%), 금융·보험업(7.3%) 등에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단, 8월 물가 상승률이 5.7%를 기록하면서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물가 상승률은 전월 6.3%에서 5.7%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임금 증가가 물가 상승에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특히 임금 증가율이 낮은 임시·일용직에서 실질임금 감소가 컸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실질임금이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현재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전망은 어렵지만, 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실질임금 증가율을 -1.8%로 전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실질임금 증가율이 계속 0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0% 내외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1~8월 누계 실질임금 증가율은 0.5%로 집계됐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1~8월 0.1%)에 근접한 수준이다. 당시에는 임금 증가율과 물가 상승률이 모두 낮았지만, 올해는 임금 증가율과 물가 상승률이 모두 높다.
8월 근로시간은 월력상 근로일수 증가(21일→22일)로 3.7시간 증가했다. 근로시간 증가는 상용직에 집중됐다. 임시·일용직은 근로시간이 오히려 0.2% 감소했다. 정 과장은 “임시·일용직 근로시간 감소는 근로시간이 짧은 근로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서비스업과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등에서 근로시간이 감소한 결과로 보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또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9월 종사자 수는 1937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3만1000명 증가했다. 단기 고점이었던 2월(52만8000명)과 비교하면 10만 명 가까이 축소됐다.
종사상 지위별로 상용직은 27만8000명, 임시·일용직은 17만9000명 늘었다. 기타 종사자는 2만5000명 감소했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에서 39만2000명 늘며 증가를 주도했다. 300인 이상은 3만9000명 증가에 그쳤다. 산업별로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8만5000명), 숙박·음식점업(7만2000명) 등은 늘었으나,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은 2만 명 줄었다.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종사자는 재정일자리 공급 축소 등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빈 일자리는 22만9000개로 집계됐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16만1000개로 전체 빈 일자리의 약 70%를 차지했다. 정 과장은 “올해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에 더해 원자재 가격 상승요인도 있어서 경기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로 인해 고용 침체가 발생한다면 구인난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모니터링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