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구의회 회의록 보니 안전보단 ‘홍보’…“그때 용산이 아주 마비가 될 정도로”

입력 2022-10-30 15:36 수정 2022-10-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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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의회 회의록 살펴보니
총 18회 거론…상권활성화 6건·방문객 안전 2건
붐비는' 핼러윈 축제 연계한 지역 홍보 제안도
"지구촌축제보다 핼러윈 사람 더 몰려" 안전대책 소수 의견도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경찰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압사사고로 146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경찰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압사사고로 146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정부가 30일 ‘이태원 참사’ 재발방치 차원에서 지역축제를 긴급 점검하고 나선 가운데 용산구의회는 ‘핼러윈 축제’를 주로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만 다뤘을 뿐 다중밀집 사고를 대비한 안전 대책 논의는 소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방문객이 붐비는 핼러윈 특수 기간을 노려 구청 관할 축제와 연계시키자는 논의가 있었다. '자발적' 축제이긴 하나 그간 지자체 차원에서도 대책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용산구의회, ‘핼러윈’ 상권활성화 차원 접근…안전 대책 그나마 2건
30일 본지가 ‘핼러윈·핼로윈·할로윈’을 열쇳말로 이태원이 소재한 1~9대 용산구의회까지 회의록(1991년~올해 7월)을 살펴본 결과, 용산구의회는 16차례 회의(7대 4회, 8대 12회)를 통해 총 18회 거론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권 활성화’ 관련 발언은 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사후 대책’는 5건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사후 대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청소·주차·화장실 공유 문제 차원에서 다뤄졌다. ‘안전’으로 넓혀본 대책 논의는 그나마 2건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방역 대책과 노고 격려 발언은 각각 2건, 기타(타 사업 연계·업무 보고)는 3건을 기록했다.

‘상권 활성화’가 주로 다뤄졌다. 2021년에는 이태원 창업 지원 등 '침체된 이태원 상권 살리기 계획'이 거론됐다. 2020년 12월 예산결산특위회의에선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잇따른 이태원 상권 폐업과 관련한 운영 지원·방역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2019년에는 주로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방문객이 많이 찾는 핼러윈 축제와 연계시키자는 제안이 세차례(2월·11월·12월) 거론됐다. 세계 음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이태원 지구촌 축제’는 통상 핼러윈 보름 전에 열린다. 방문객이 붐비는 핼러윈 축제의 특수 기간을 노려 지자체 홍보와 상권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용산구와 의회는 안전 우려를 인지하기도 했지만, 이보다 ‘홍보’를 우선에 뒀다. 2019년 2월 ㄱ위원은 행정건설위원회를 통해 용산구 홍보와 핼러윈 축제를 연계를 담은 정책 연구를 제안하며 “그것을 한번 연구를 해보셔가지고, 그때 용산이 아주 마비가 될 정도로. 우리가 물론 치안과 안보 이런 것도 다 같이 병행해서 해야 되겠지만, 가장 큰 홍보를 할 수 있는, 젊은 세대한테 이태원을, 우리 가구거리를, 모든 엔틱거리를 알리고, 이런 모든 것들을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그때가 아닌가 생각을 해봤다”고 주장했다.

해당 위원은 같은 해 11월 “핼러윈축제 때 많은 인구들이 몰려오는데 거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 않습니까, 용산구에서?”라며 “이태원(지구촌) 축제를 상인들과 회의를 좀 해가지고 핼러윈축제를 하나의 방법으로 넣어서 같이 통합으로 한다 하면 좀 더 이태원을 홍보하고 용산구에 많은 영업을 하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같은해 12월에도 두 행사 연계를 제안하자는 ㄱ위원 제안에 ㄴ위원은 “(두 행사 날짜가) 보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것을 날짜를 조금만 뒤로 조정 좀 해 주실 수 있으면 좋겠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와 관련, 용산구 홍보담당관은 홍보 효과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사실은 그 핼러윈 축제 우리가 행정력이 동원이 안 된다”며 “그게 시간이 저녁에 넘어가면서 상당히 안 좋게 가다보니까(2019년 2월)”라고 답했다. 그러자 ㄱ 위원은 “(핼러윈 축제 때) 용산 지구촌축제보다 더 인구가 많이 온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우리가 집중을 해서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소수 의견 “지구촌 축제보다 더 많이 찾는 핼러윈…점검 필요”
일부 의원은 ‘지구촌 축제’보다 방문객이 붐비는 ‘핼러윈 축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나마 안전 대책 강구로 분류될 수 있는 사후대책 발언 2건 모두 한 명의 위원으로부터 나온 발언이었다.

2019년 2월 ㄷ 위원은 당시 “(핼러윈 축제는) 이태원 축제보다도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는 그런 대표적인 행사가 됐는데, 확인을 해 보면 인근의 뉴스들이 좋지 않은 뉴스들이 좀 있다”며 ‘무법지대, 여러가지 혼잡하다’ 등 언론에서 제기했던 지적들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핼러윈축제에 대한 대책,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전면적으로 구가 다 할 수는 없지만, 좀 더 이태원을 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핼러윈축제를 우리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핼러윈 기간 안전 등을 관리하는 경찰 등 관계 부처와의 현황 점검을 요구했다.

핼러윈 기간 후 사건 사고 점검 등 사후 결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가 부재하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기획예산과장은 2021년 행정건설위원회의에서 “평가 결과 자체는 내부적으로 보고서를 만든 것은 없다. 경찰과 그 후에 핼러윈 관련해서 어떤 사건사고라든지 그런 부분을 공유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에 유사한 행사가 있을 때는 참고하는 것으로 그렇게 정리됐다”고 답했다.

그러자 ㄷ 위원은 “핼러윈 데이는 계속 이태원의 중심 축제이기 때문에 그때 저희가 잘 참고해서 무리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평가도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용산구는 그간 ‘핼러윈 축제’가 자발적인 축제인 관계로 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사실 ‘핼러윈’은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와 같이 매년 수많은 사람이 특정 지역에 밀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날이다. 이에 현장을 관리할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용산구 문화체육과장은 2019년 2월 복지도시위원회의에서 “우리 이태원 지구촌축제처럼 우리 구에서 예산을 지원한다든가 아니면 이태원관광특구가 직접 운영을 한다든가 이런 사항은 아니고, 핼러윈축제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축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알기로 몇 년 전부터 갑자기 이태원 쪽에서 ‘핼러윈데이’라 그래 가지고 축제형식으로 하다 보니까 상당히 무질서하고 혼란도 많고 그렇다”며 “사실 저희도 그것에 대한 문제점을 공감하고 있습니다만, 하여튼 위원장님 말씀하신 바대로 저희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아니면 좀 더 나은 방향은 없는지, 검토를 해 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용산구 포함 지자체·행정당국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규모 인파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도 크다. '지구촌 축제'의 경우 서울시와 용산구가 후원하는 성격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1078명의 구청 직원이 파견됐다. 이번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열린 간담회에선 주로 방역수칙이나 마약 매매 알선 방지를 중심으로 다뤄졌다.

한 용산구의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 용산구와 용산구 의회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라며 "자치단체만의 노력이 아니라 경찰서, 소방서, (상인) 연합회 다같이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 어려운 문제"라고 안타까워 했다.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선 지역 축제 뿐 아니라 다중이용시설, 대형이벤트 등의 안전대책도 긴급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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