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자동차를 둘러싼 수많은 단위가 바뀌기 시작했다.
연료와 불꽃ㆍ공기가 만나 ‘폭발행정’을 반복하는 내연기관은 최고출력을 마력으로 표기한다. 반면, 전기가 동력원인 전기차는 출력(kW)과 전비(연비) 등을 나타내는 숫자들이 확연히 다르다.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출력을 나타내는 마력의 단위는 hp가 아닌 ps다.
출력은 자동차의 힘을 정형화한 수치다. 1마력(馬力)은 75kg의 물체를 1초 동안 1m 움직이는 힘이다. 이 마력을 부를 때 영어권에서 ‘호스 파워(Horse Power)’ 즉, hp로 쓴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통용되는 1마력은 1hp인 셈이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는 hp대신 ps(Pferdestrake)마력을 쓴다. 우리나라도 ps 마력을 인증 때 사용한다. 자동차 등록증 역시 hp가 아닌 ps로 표기돼 있다.
같은 1마력을 나타내지만 미세한 차이도 존재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ps=0.986hp’다.
우리나라에서 100마력(ps)인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하면 98마력(hp)이다. 실제로 제네시스 스포츠세단 G70 3.3 터보는 한국에서 최고출력이 370마력(ps)이다. 그러나 미국 수출형은 365마력(hp)으로 표기된다.
거꾸로 미국에서 100마력(hp)인 자동차를 한국으로 수입하면 최고출력은 102마력(ps)으로 상승한다.
전기차 시대 초기, 완성차 제조사들은 고맙게도 우리의 혼돈을 막기 위해 전기차 고유의 출력 표기인 kW와 함께 마력(ps) 표기를 병행하고 있다.
1kW는 약 1.36마력(ps)이다. 최고출력 100kW 전기차의 출력을 마력으로 환산하면 136마력(ps)인 셈이다.
예를 들어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 가운데 ‘스탠더드 4WD’의 출력은 173kW다. 이를 마력(ps)으로 환산하면 235마력이 된다. ‘173kW×1.36=235ps’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kW에 약 1.36배를 곱하면 우리가 알던 최고출력인 ‘마력’과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
그러나 실제 전기차를 경험해본 오너들은 차고 넘치는 순발력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체감 출력과 순발력이 제원상 수치를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고출력 150kW(204마력)의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와 최고출력 204마력을 내는 내연기관 현대차 벨로스터 1.6 터보의 차이는 확연하다. 환산 마력은 두 모델(204마력)이 같지만, 초기 출발과 가속력은 쉐보레 볼트의 압승이다.
전기차는 출발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출력과 육중한 토크를 단박에 쏟아낸다. 전기 스위치를 온ㆍ오프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반면 같은 최고출력 204마력을 내는 현대차 벨로스터 1.6 터보는 이 힘을 내기 위해서 엔진 회전수를 6000rpm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출발부터 커다란 힘을 쏟아내는 전기차와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고속 영역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현대차 벨로스터 1.6 터보가 서슬퍼런 달리기 실력을 뽐내기 시작하면 쉐보레 볼트를 가볍게 추월하기도 한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최고출력은 마력이 아닌, 전력과 전압 단위로 표현된다. 전력과 전압, 전류 등 3가지만 알면 전기차 출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먼저 전력을 표기하는 최소 단위는 와트(W)다. 이름 그대로 전기의 힘이다. 1000w는 당연히 1kW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지는 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둘째 전압은 전기 회로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 능력이다. 단위는 볼트(V)다. 이름 그대로 전기를 밀어 넣는 압력인 만큼, 물로 따지면 수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압은 충전 때 중요하다. 전기를 밀어 넣는 힘이 세면 그만큼 충전이 빠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최대 800v까지 급속충전이 가능하다. 다만 일부 수입차 가운데 차종에 따라 이 한계칙 400v인 차도 존재한다. 이들은 800v 충전기를 꽂아도 허용 전압의 절반만 사용하게 된다.
전류는 정량적으로는 단면을 통해 단위 시간당 흐르는 전하의 양을 뜻한다. 단위는 암페어(A)다. 앞서 언급한 전력은 전압과 전류를 곱한 값이다. ‘전력=전압×전류’라는 등식이 있다.
전기차는 변속기가 아닌, 오히려 회전수를 줄이는 감속기를 쓴다. 포르쉐 순수 전기차 타이칸(2단)을 제외하면 대부분 1단 변속기(감속기)를 쓰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감속기는 전기차의 폭발적인 회전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장치다.
내연기관의 경우 시동을 걸면 엔진 회전수는 750rpm 인근에 머문다. 반면 전기차의 전기모터 회전수는 1분당 1만rpm을 훌쩍 넘어선다. 현대차 코나 EV 기준으로 1분당 전기모터 회전수는 1만1200rpm에 달한다.
만약 전기차의 엄청나게 빠른 모터 회전력을 바퀴에 곧바로 연결할 수 없다. 자칫 자동차는 출발하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타이어만 빠르게 헛돌 수 있다. 회전수는 빨라도 힘(토크)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변속기가 아닌, 회전수를 오히려 줄여주는 '감속기'다. 모터의 회전을 필요한 수준으로 감속해 더 높은 힘(토크)을 얻을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