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단기자금시장 경색 등의 유동성 위기가 내년에 대규모로 두어 차례 더 올 수 있어 정부가 금융시장안정화조치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26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연 주간지 ‘자본시장포커스’ 최근호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장을 밝혔다.
황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필요성이 2020년 3월에 이어 다시 급격히 커지고 있고, 23일에 발표된 정부의 시장유동성공급조치는 이러한 시장 상황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 방향성을 가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향후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해 추가적인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국내 금융당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와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 기구를 비교·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들은 여러 번의 실행 경험이 축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원 마련과 위험부담 측면에서 매뉴얼화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재원마련을 민간금융회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활용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신속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금융위기 또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에 의한 재원마련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에 의한 자금출연은 최초에 예상했던 수준 이상의 자금 동원이 필요할 경우 자금출연의 신축적인 확장에 제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며, 위기상황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될 경우에도 효과에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국은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운영과정에서 현실화할 수 있는 신용위험을 재정당국(재무부)이 부담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위험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에 출연하는 민간금융회사로 전이될 수 있다”며 “신용위험에 대한 부담을 정부가 떠안을 경우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위기상황에서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보다 시장기능의 유지에 훨씬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황 연구위원은 미국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시장별로 세분돼있고 단기자금시장 개입을 가장 신속히 실행한다는 점, 미국은 유동성 공급에 대한 비용을 가산금리 책정을 통해 확실하게 가격에 반영한다는 점 등을 들어 국내 금융시장안정화 기구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안정화기구 제도가) 매뉴얼화되어 있느냐 아니냐는 분초를 다투는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며 개선 노력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