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을 위한 101] 자율주행에 따른 도시공간 변화가 궁금해!!

입력 2022-10-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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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도시 역사를 살펴보면 도시공간 변화에 영향을 준 것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도시를 수평적·수직적으로 확장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 시대의 첨단기술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19세기에 등장한 전차는 걸어서 반나절 만에 갈 수 있었던 곳이 도시의 경계라는 개념을 깨뜨려 버렸습니다. 1898년 서울에 전차가 도입되면서 성곽도시 한양의 경계는 청량리 및 마포까지 수평적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수직적 확장을 가능하게 했던 기술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엘리베이터와 철골입니다. 1850년대 미국 오티스(OTIS)에서 현대식 엘리베이터가 발명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벽돌 및 석재 등과 같은 건설자재로는 비효율적인 고층 건물의 한계를 1880년대에 철골이 발달하면서 엘리베이터와 더불어 오늘날과 같은 초고층 건물이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20세기에는 어떤 기술이 도시 공간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까요? 바로 자동차입니다. 1920년대 미국 포드(Ford)에서 모델T라는 구매 가능한 자가용 교통수단이 판매되면서 자동차를 위한 도로가 설치되거나 확장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근대 및 현대 도시공간 변화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1959년 현대 도시의 대명사인 뉴욕 맨해튼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일명 ‘로어 맨해튼 고속도로’라는 모제스 뉴욕시장의 아이디어가 지지받았을 정도였으니까요. 우리나라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원활한 차량흐름을 위해 서울 도심에 삼일 고가 및 청계천 고가를 건설하고 사용했던 사실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러면 21세기에 도래하고 있는 어떤 기술이 근미래 도시공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거라고 보는지요? 그것은 아마도 자율주행일 것입니다.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의 외부 환경 및 운전자 상태를 인지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한 후 차량을 제어해 스스로 목적지까지 주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입니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기술을 자동화 수준에 따라 6단계(레벨 0~5)로 분류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레벨 0~3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양산 차량에 적용 중이며 레벨 4, 5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향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인 FSD(Full Self Driving)는 레벨 2 수준으로 운전대나 페달에서 손발을 떼더라도 차가 일정 조건에서 알아서 갈 수 있으며, 운전자는 이상이 감지되면 즉각 개입해야 하고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고 합니다. 레벨 3부터는 자동차가 기본적으로 주행을 맡게 되는데, 그에 따른 사고 책임이 제조사에 전가될 수 있어 아직 레벨 3는 시판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자율주행은 곧 다가올 근미래 기술임은 틀림없지만 이에 따른 도시공간 변화에 대한 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 같습니다. 일부 교통전문가들은 자율주행 편익으로 개인 승용차 분담률이 크게 높아져 도로 용량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장거리 광역교통이 많아져 도시 내부의 개인 승용차 통행량이 크게 늘 것이므로 도로 공간의 감소는 없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자율주행이 대세라면 비록 객관적·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지 않더라고 자율주행과 도시공간 변화에 대하여 도시설계가는 지금부터라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기에 몇 가지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보고자 합니다.

첫째는 소음 문제로, 주거지의 경우 소음이 60db 이하 기준으로 도로변에 무분별하게 방음벽 또는 터널이 설치되는데, 자율주행차는 소음이 적어 도시경관을 해치는 이런 시설들이 우후죽순 설치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도로부터 건물까지 이격 및 시설 설치가 필요 없고 보행로와 건물이 인접 배치되어 진정한 보행 친화 가로가 가능할 것이고, 아파트 배치 시 도로에 면한 곳에 소음 대응을 위해 측벽배치라는 기준도 없어져 설계 자율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둘째는 주차장 문제로, 자율주행차는 도시 외곽 주차장에 있을 것이므로 주거지 내 주차장 설치가 의무화될 필요가 없어 주택가격이 저렴해질 것입니다. 다만, 주차장을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일부 비용지급형 주차장을 설치해주면 될 것입니다. 셋째는 도로 용량으로, 자율주행이 되면 호출된 차량의 승하차를 위해 건물 앞 도로에서 극심한 혼잡이 발생할 것이기에 대기공간이 필요하다는 예측이 있지만, 건물 지하에 만들면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넷째는 차량과 보행의 출동로, 자율주행차는 반경 400~500m 정도 되는 마을의 외곽에 주차될 것이기에 내부에서는 차량에 방해받지 않고 걸어다니면서 신체활동과 도시민들의 사회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렇게 좋은 변화만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고 걱정스러운 것도 있는데, 자율주행차의 센서에 방해를 줄 수 있는, 예를 들어 저층부 및 보행로에 설치되는 다양한 휴먼스케일의 설계적 요소들이 제거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모더니즘 시대의 매끈하고 메탈적 공간이 될 수밖에 없기에 인간 중심 도시가 아닌, 자동차 중심 도시로 다시 한번 회귀할 것 같아 염려스럽습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을 자율주행차가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보완된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기술 발전은 우리가 사는 도시공간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기에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공간 변화가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해지고, 지금부터라도 함께 더 많이 고민하고 예측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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