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임정기념관) 건립 추진단 소속 공무원이 과로로 점심시간 중 사망하자 법원이 순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과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정상규 수석부장판사)는 임정기념관 건립 추진단 소속 공무원 A 씨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순직 유족급여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1994년 지방국토관리청 소속 건축주사보로 임용된 A 씨는 2019년 12월 임정기념관 건립 추진단으로 파견됐다. 그는 2020년 4월 소속팀장(건축시공팀)과 점심을 먹은 후 주변 산책로에서 심정지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입원치료를 받다 같은 해 5월 사망했다.
유족들은 A 씨 사망 후 한 달 뒤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인사처에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인사처는 "A 씨 업무내역에 일상적이고 통상적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업무가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으로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망이 공무ㆍ공무상 과로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승인 처분했다.
인사처가 순직 유족급여 지급이 어렵다고 답변하자 유족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A 씨가 흡연이나 음주하지 않고 건강관리에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사처는 A 씨가 과거 심혈관 질환 치료를 받은 적 있을 뿐 아니라 심정지 원인이 관상동맥질환 등 심뇌혈관 질환이 발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맞섰다. 특히 초과근무 시간이 심정지 발생 전 6개월간 43일, 합계 80시간에 불과해 과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A 씨가 과로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무 수행 과로와 스트레스로 기존 심뇌혈관 질환이 급격히 악화했고, 그에 따라 발생한 심정지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A 씨는 퇴근이나 휴일에도 이메일ㆍ메신저 등으로 업무를 처리해 정부 복무관리 시스템에 기록된 출퇴근 시간만으로 실질적 업무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며 "목표 준공 시점까지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념관 건립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건설현장 관계자, 인ㆍ허가 담당자 등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