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쓰는 것이지, 적정 수준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동행기자단과 만나 최근 줄어든 외환보유액과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지난달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달러화를 시중에 풀었다. 그 결과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8월 말보다 196억6000만 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 감소 폭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 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외환당국은 아직까지는 여력이 충분해 외환 위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앞서 미국 워싱턴DC 출장 동행기자단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일본은 엔화 가치를 140원 선에서 방어하는데 최소 두 배는 썼을 것”이라며 “우리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는 충분한 양이라고 생각하고 해외에선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8위 규모로, 아직 위험 수위에 오지는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허장 국제통화기금(IMF) 이사는 12일(현지시간) 동행기자단에 “IMF는 오히려 한국이 외환보유고를 너무 많이 쌓는다고 지적하는 편”이라며 “이렇게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나라가 한국 말고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IMF는 외환당국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제언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워싱턴에서 열린 IMF 연차총회의 무대 토론에서 “통화를 보호하기 위해 준비금(외환보유액)을 낭비하지 말라”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의 불일치로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을 때, 중앙은행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내던지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미래에 대한 취약한 포지션”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적인 흐름인 ‘강달러’ 기조에 국가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에 대비해 일단은 외환보유고를 보존해야 한다는 게 IMF의 충고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와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IMF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취약한 환경에서는 탄력성을 높이는 것이 현명하다”며 “국가들은 미래에 잠재적으로 더 악화될 유출과 혼란에 대처하기 위해 중요한 외환 보유고를 보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달러 기조가 전 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연준은 (달러 강세에 따른) 대규모 스필오버(파급효과)가 미국 경제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미국은 팬데믹 초기처럼 적격 국가에 대한 통화 스와프 라인을 재활성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연준은 2020년 3월 말 우리나라를 비롯한 9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세종=정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