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로 다니던 직장에선 잘리고, 대출받아 식당을 차렸지만 망하고,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막노동까지 다녀봤지만, 요샌 일감도 없대요. 추가 대출이라도 받아 급한 불이라도 끄려고 했더니 신용점수가 낮아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도 신용대출을 못 해주겠다고 하네요. 답은 파산 신청밖에 없을까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40대 남성이 쓴 하소연이다. 이처럼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시대가 열리면서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저신용자는 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워 2금융권이나 대부업을 통해 대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개인 신용대출 3억 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중 저신용자(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에게 대출해주지 않은 저축은행은 3월 말 기준 4곳에서 8월 말 기준 11곳으로 늘었다. 8월 말 기준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한 저축은행은 46곳에 달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조달비용이 늘어난 데다 차주의 연체 리스크도 높아지는 만큼 저축은행 내부에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것도 부실 차주 우려에 따른 대응이라는 것이다.
대부업계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비중을 줄이고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부업계의 대출 잔액은 14조6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8억 원 증가했다.
이 중 담보대출이 7조6131억 원으로 전체 잔액의 52.0%를 차지했다. 앞서 2020년 상반기만 해도 전체 대출에서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7.8%였으나 1년 만에 신용대출보다 더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대부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신용대출 대신 비교적 안전한 담보대출로 대출 비중을 전환하는 추세로 해석된다.
결국, 담보가 없는 서민들은 저축은행과 대부업계에서도 대출받을 수 없어 불법 사금융을 찾거나 개인회생·파산 등으로 내몰리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도 저신용자 서민들을 부채의 늪에서 구하는 데 정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리 인상의 폭풍은 빚을 돌려막는 저소득 저신용 가구에 직격탄"이라며 "조속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들이 찾아갈 곳은 사채시장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금리 대출자들이 중·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서민금융제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갈수록 취약층 대출자가 늘어나는데 정부는 전환 대출이나 부실 채권 매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취약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