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과세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이고 왜 금지해야 하는가? 재미있는 사실은 이중과세 금지를 주장하는 대다수 사람은 이런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는다. 그냥 ‘이중과세라서 금지해야 한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마치 토마스 아퀴나스가 분류한 법의 분류 중 영구법(lex aeterna)에 속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중과세 금지는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섭리가 아니다. 이는 과학적 검토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형사들이 위장을 위해 인수한 치킨집이 장사가 잘되어 모두가 거기에 몰두하자, 본연의 임무를 잊지 않은 한 형사가 “왜 장사가 잘되는 건데?”라는 뒤통수를 탁! 때리는 질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실 이중과세 금지를 원칙쯤으로 여기게 된 주된 원인은 헌법재판소에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례 중 다수는 이중과세 금지를 독립된 헌법상의 원칙으로 보거나 헌법상 다른 기본권 또는 원칙의 하위 요소로 새긴다. 즉 실체가 있는 헌법상 개념으로 인정했다는 말이다. 반대로 이중과세 자체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다른 결정도 있긴 하지만 극히 예외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중과세 금지원칙을 긍정한 대부분의 헌법재판소 결정례가 이중과세에 관한 일반론을 명확히 세우지 않은 채 대상 사건에 좁혀 판단기준 일부를 드러내는 식의 양상을 지속해서 보여왔다는 점이다. 마치 장님 코끼리 말하듯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제시한 기준 자체도 명확하지 않고 기준 간에 서로 충돌하는 예도 많았다. 결국 축적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를 놓고서도 이중과세 금지원칙의 일반론을 끌어내기 어렵다. 여러 쟁점이 있지만 한 가지만 보자.
형식상 같은 과세대상에 두 번 이상의 과세가 세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반드시 그렇게 볼 것은 아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2006헌바112 결정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간의 이중과세에 대해, 동일한 과세대상에 각기 다른 세목으로 세금을 매길 때 하나의 세목으로 부과된 세액을 다른 세목의 세액계산에서 공제한다면 이중과세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토지초과이득세와 양도소득세 간 이중과세 문제에서는 기납부한 토지초과이득세를 전액 세액공제할 필요가 없다는 상반된 판단을 내려 버린다(2003헌가11 결정).
헌법에서 벗어나 세법 체계로 보자면 이중과세는 상존하는 현상이다. 현행 법체계를 유지하는 이상 이중과세를 완전히 걷어낼 수도 없다. 돈을 벌었을 때 소득세를 내고 소비할 때 또 세금을 부담한다. 번 돈으로 재산을 취득하면 거기에 세금을 다시 낸다. 우리나라만 이런 것이 아니다. 오늘날 많은 국가는 소득을 중심으로 소비와 부에도 함께 과세하는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일반담배에는 개별소비세부터 부가가치세·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에 더해 각종 부담금까지 붙는다. 세금만 따져도 사중과세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에드윈 셀리그먼 교수는 120여 년 전에 펴낸 자신의 저서(Essays in Taxation)에서 이중과세가 잘못이라는 오해가 많아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쯤이면 좀비급의 법 미신이다.
이중과세를 금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떤 연유에서 비롯한 것일까? 국가 과세권의 한계를 그어 종국적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렇다면 개별 세금의 미시적인 시각이 아닌 개인이 부담하는 세금 총액의 관점에서 재산권의 침해를 판단하는 것이 그 문제를 풀 정공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