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이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한 지 한 달여 만에 코인 소각량이 발행량을 추월하는 구간이 발생했다. 이더리움은 POS 전환 업데이트인 ‘머지’(Merge·병합) 직후 잠시 디플레이션(총공급량 감소) 됐지만, 얼마지 않아 증가추세로 돌아서 발행량이 늘고 있었다. 이후 하루 400~500이더(ETH)씩 늘어나다가 처음으로 며칠에 걸친 발행량 감소가 나타났다.
14일 이더리움 발행량 관련 통계사이트 울트라사운드머니(Ultra Sound Money)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지난달 15일 머지 업데이트 이후 이달 9일까지 총 1만3086.14이더가 신규로 발행된 후 증가 추세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 업데이트 이후 신규 발행된 이더는 6915.63개(14일 오전 9시 기준)로 5일간 발행량이 감소했다. 최근 일주일간 감소 추세를 연간 공급률로 환산하면 0.20%씩 총발행량이 감소하게 된다.
다만 이번 감소는 젠크립토(XEN Crypto)라는 스테이킹 프로젝트의 네트워크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더리움은 네트워크 검증 참여자 수에 따라 연간 신규 공급량이 정해진다. 이날 기준으로 대략 60만3000이더가 발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네트워크 사용에 필요한 수수료는 소각하는데, 사용량이 증가해 수수료가 늘수록 총공급량이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지금까지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한 이더리움은 1423만여 개인데, 기본 수수료가 15.3Gwei(0.000000001이더·그웨이) 넘으면 소각량이 발행량을 넘어 디플레이션 된다.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언젠가 디플레이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울트라 사운드 머니’라고 부른다.
사운드 머니(Sound money·건강한 돈)는 시간이 지나도 감가가 이뤄지지 않는 돈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금이 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도 2100만 개 최대 수량 한정이기 때문에 사운드 머니라고 부른다.
이더리움 투자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수량이 줄어들게 되면, 사운드머니보다 더 건강한 돈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지은 명칭이다. 일정 시점이 되면 발행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을 초음파(Ultrasound)의 굴절 현상에 빗댄 것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런 아이디어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이더리움을 끈질기게 공격하던 비트코인 맥시멀리트(비트코인 추종자)들이었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은 이더리움이 수량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계속 공격했는데,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한 공개 컨퍼런스에서 자신을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와 논쟁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정도였다.
당시 부테린은 “무한 발행에 대해 굳이 따지자면 수량을 한정한 것보다 일정량을 소각해서 디플레이션 시키는 게 가치 상승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규 발행량은 잠재적인 매도압력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발행량이 늘어나는 것은 투자자로서 달갑지가 않다.
코인 일일 발행량 통계사이트 머니프린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1.92%로 매일 1941만 달러(약 278억 원)어치의 비트코인이 추가되고 있다. 솔라나는 294만 달러(약 42억 원)어치 새 코인을 발행 중이다.
이 밖에 아발란체 94만 달러(약 13억 원), 도지코인 82만 달러(약 11억 원), 에이다 50만 달러(약 7억 원) 등이다.
이더리움은 머지 업데이트 이후 발행량이 98%(34만7500→6923이더) 감소했다. 하루 치로 환산하면 1489만 달러(약 213억 원)어치 신규 발행하던 이더리움이 30만 달러(약 4억 원)어치로 급감했다.
발행량 소각은 좋은 투자자 유인책으로 통한다. 바이낸스코인(BNB)은 꾸준히 소각을 진행 중이다. 바이낸스는 최근 공식 사이트를 통해 21번째 분기별 BNB 정기 소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작업을 통해 바이낸스는 206만5152.42BNB를 소각했으며 이는 약 5억7400만 달러(약 8223억 원) 상당이다.
트론 재단도 지난달 670만9518개 이상의 토큰 소각을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