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 “카카오뱅크 -80% 추락은 예견된 일... 애널리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

입력 2022-10-1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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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 “카카오뱅크 -80% 추락은 예견된 일... 애널리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

▲지난 4일 여의도에서 진행된 김인 BNK투자증권 은행·증권·보험업종 연구원 인터뷰에서 김 연구원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여의도에서 진행된 김인 BNK투자증권 은행·증권·보험업종 연구원 인터뷰에서 김 연구원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흥행 열기가 후끈했던 지난해 7월,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 한 편을 공개했다. 투자의견 ‘매도’, 목표주가 2만4000원. 공모가(3만9000원)보다도 40% 가까이 낮은 주가였다. 주변 증권사에서는 카카오뱅크 목표 주가를 최고 10만1000원(신한투자증권)까지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공모가를 한참 하회하는 목표주가를 냈다는 부분이 저에게도 부담이긴 했죠”라고 했다. 당시 코스피는 3000을 뚫고 올라섰고, IPO는 ‘무조건 대박’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얼굴도 모르는 누가, 어딘지도 모르는 데서, BNK가 은행이니까 그저 ‘은행에서 카카오뱅크를 어떻게 하려고 이런 리포트가 나왔다’, 라는 말까지 나왔죠”

카카오뱅크의 폭락을 정확히 내다볼 수 있던 건 행운이 아니었다. 2001년부터 교보악사에서 자산운용사를 시작으로 유진투자증권,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등을 거치면서 20년 이상 ‘은행’ 업종에 몰두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는 개별 종목을 오래 보다 보면 시장을 보는 시각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을 먼저 보는 운용사 경력이 먼저 8년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다.

지난 4일 여의도 BNK투자증권에서 만난 김 연구원은 “오히려 제가 틀렸죠. 왜냐하면, 처음 주가는 9만6000원까지 갔으니까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단단한 체구에서 홀로 ‘매도’를 외칠 만큼 강단과 소신이 느껴지는 동시에 20년이 넘는 경력에도 겸손함이 배어있는 인상이었다.

그는 카카오뱅크의 대박과 추락 원인으로 ‘수급’을 지목했다. 김 연구원은 “IPO를 할 때는 기업 가치도 있지만 결국은 수급 문제”라며 “따라서 초기 주가는 오버슈팅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분매각 제한이 있는 주요주주 지분율이 높았고, 코스피200, MSCI 편입 등 주식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 유동주식 수는 적었지만, 주식이 지수에 편입되는 이슈들 때문에 주가가 가치보다 높게 측정됐다는 분석이다. 카카오(27.2%), KB국민은행(8%) 등이 3개월 이상 보호예수(락업) 약 80%를 걸어둔 상태였다

그러나 락업이 풀리면서 정반대 현상이 펼쳐졌다. 지난 7일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보다 9.38%(1900원) 하락한 1만8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고점(9만2000원) 대비 80% 하락한 셈이다. 그는 “주가는 고평가 또는 저평가를 받아도 시간이 지나면 본질 가치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라며 “그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개별적인 손해가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부족에 대해서는 “매도 리포트를 왜 써야 하냐”라고 먼저 반문을 던졌다. 그는 “매도 리포트를 쓸 상황 자체가 많이 없는 국내 상황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라며 ”단순히 외국계보다 숫자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본질적으로 왜 써야하는지, 누구를 위한 매도 리포트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 수를 합치면 2450개 정도 된다. 그중 애널리스트가 커버하는 종목은 1/10 정도로 300개가 채 안 된다”라며 “그 많은 종목 중에서 애널리스트가 어떤 종목을 커버한다면 당연히 좋은 종목, 대표 종목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가 다룰 수 있는 종목 수가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얘기다. 실제 김 연구원이 10년 넘게 증권사 애널리스트 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내놓은 매도 리포트는 2009년 ’외환은행‘과 2021년 ’카카오뱅크‘ 두 편이 전부다.

국내와 해외 상황을 동등하게 비교하기에는 주요 대상 고객도 다르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반면, 해외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외국계는 공매도가 활성화된 시장이기 때문에, 공매도를 많이 하는 기관을 고객으로 한 외국계 운용사를 중심으로 고객들의 니즈(요구)가 매도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내 기관들도 공매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 않나”라며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매수를 더 많이 하는 상황에서 매도 리포트가 많이 나가면 오히려 기존에 있는 사람들은 주가가 빠지면서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라고 했다.

매도 리포트가 나오기 위해 이 모든 어려움을 뚫고도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용기’ 였다. 그는 “지금 막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놈을 ‘야 이거 아니야’라고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라며 “얘가 지금 올라가는 모든 논리를 다 반박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렇게 해서 맞추면 오케이지만, 못 맞추면 바보되는거다. 비난이 다 누구한테 가겠냐”라며 “그게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김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리포트를 내고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가장 고마운 기억으로 꼽았다. 그는 “(카카오뱅크)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았는데, 개인들로부터 ’옳다고 생각하고 용기 내줘서 고맙다‘, ’솔직히 너무 거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의견이 소수였기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는 메시지들을 받았다”라고 했다. 10년 넘게 애널리스트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받은 격려 메시지였다. 그가 용기를 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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