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처럼 블록체인도 도입 최적화 돕는 MSP가 중심…블록체인은 ‘인프라’
“‘1호’라는 타이틀에 책임감 느낀다…업계에 대한 오해 없도록 상장 준비할 것”
지난 12일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만난 김종환 블로코 대표는 “블로코는 기업들이 DX(디지털전환) 인프라로서의 블록체인을 쉽게 도입하도록 확실히 도울 수 있는 회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1세대가 이끄는 ‘블록체인 MSP’=김종환 대표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국내 ‘비트코인·블록체인 창업 1세대’다. 법대생이던 2011년에 중학교 동창이자 현재 블로코의 공동대표인 김원범 대표를 통해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고, 졸업 후 2013년에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1여 년 뒤인 2014년에는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 전문기업 ‘블로코’를 창업했다.
블로코는 ‘1세대’가 이끄는 기업인 만큼 국내 대표 ‘블록체인 MSP(매니지드 서비스 프로바이더)’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MSP는 클라우드 시장이 커지면서 발달한 사업 영역이다. ‘클라우드 MSP’는 기업의 요구에 맞는 클라우드에 대한 컨설팅, 설계, 구축, 사후관리 등 도입 전 과정에서 최적화된 비용·운영·보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쉽게 말하면 클라우드 도입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신 해주는 ‘올인원’ 서비스 제공자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도 클라우드 산업의 뒤를 따라 MSP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요즘 클라우드 MSP들이 많이 사용하는 워딩은 ‘최적화’”라면서 “결국 블록체인 역시 복잡한 도입, 운영, 보안, 비용 등을 최적화해주는 MSP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필수 인프라 될 것…향후 사용자 경험 집중”=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김 대표는 “아직까지도 블록체인은 초기 단계라 많은 사람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인프라가 점점 보급되면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면서 “일반인들은 이제 곧 그 위에서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만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이용자 대다수가 무슨 기술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쉽게 사용하는 것처럼, 블록체인도 몰라도 쓸 수 있는 기술이 될 거란 뜻이다.
블로코는 블록체인을 몰라도 쓸 수 있는 인프라로 만들기 위해 아르고 플랫폼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현재 기업들의 시스템 대부분은 SQL, 자바 등으로 돼 있어서, 이더리움 등 업계 표준이 되는 블록체인들과 호환이 불가능하다”라면서, “그렇다고 기업이 블록체인 도입을 위해 시스템을 갈아엎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아르고는 기존 시스템을 다양한 블록체인에 쉽게 연동할 수 있도록 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아르고가 낮춘 진입장벽을 기반으로 다양한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도 제공한다. 클릭 몇 번으로 NFT를 발행할 수 있는 ‘CCCV’,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실버마인’, 전자투표 ‘피클(Pikkle), 블록체인 기반 포인트 간편결제 서비스 ‘젬페이(GEMpay)’ 등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출시하기보다는, 디테일을 끌어 올리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서비스의 종류를 늘리기보단 내실을 다지겠다는 뜻이다. 기 서비스 제품의 사용자경험을 극대화하고, 안정성을 확보해 다른 비슷한 블록체인 서비스들과의 경쟁을 이겨내는 것이 목표다.
◇“1호 상장 도전 책임감 느껴…IPO 통해 확실한 설득력 갖출 것”=블로코는 현재까지 블록체인 기업 중 가장 상장에 가까운, ‘블록체인 상장 도전 1호’ 기업이다. 2023년 3분기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모의 기술성평가(기평)에서 A등급을 받았다. 모의 기평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자금 조달력을 보완하고자, 최근에는 대홍 기획으로부터 5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1호’ 타이틀에 대해서 김 대표는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도움으로, 운 좋게 가장 앞서서 상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라면서 “1호 도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기업에 아무리 기술적으로 설명을 해도, 설득이 안되는 부분들이 있다”라면서 “IPO를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블로코가 정부가 인정한 기업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상장이 자금 조달은 물론, 블록체인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에 대한 블로코의 설득력을 확실하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블로코는 현재 상장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과 소통하며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다만, 상장 시기는 2024년 2분기까지도 늦춰질 수 있다. 대외적인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최근 금리 인상이나 가상 자산 관련 제도가 급변하고 있어, 내후년 2분기까지도 보고 있다”라면서 “업계에 대한 오해를 드리지 않기 위해 큰 책임감을 가지고 상장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