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국가 부도 부추기는 파리클럽...해외 원조, 그 이면엔

입력 2022-10-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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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TAD 경제수석·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본지 인터뷰
코로나19 이후 수출신용 등 NON-ODA 감소
투자형 원조로 이익 내던 국가들, 경기침체에 발 빼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들을 지원해야 할 파리클럽이 되려 국가 부도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클럽은 미국과 독일, 일본, 한국 등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으로 구성된 22개국 채권단으로, 과거 투자 형태 원조를 늘렸던 이들은 현재 경기침체 우려에 개도국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2일 본지는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의 경제수석인 페넬로페 호킨스 박사, 미국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트서 선임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도국 위기를 부추기는 파리클럽의 실상을 분석했다.

본지가 파리클럽의 2008~2021년 부채 청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파리클럽은 최근 개도국에 대한 상업적 신용 제공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파리클럽은 부채를 크게 공적개발원조(ODA)와 비공적개발원조(NON-ODA)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 ODA는 저금리 등 개도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양허성 차관을 의미하고 NON-ODA는 상업 목적의 수출신용 등을 뜻한다.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10일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에 경제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콜롬보(스리랑카)/AP뉴시스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10일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에 경제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콜롬보(스리랑카)/AP뉴시스
NON-ODA는 ODA와 달리 채무국에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아 한동안 파리클럽이 활발히 활용하던 지원 루트였다. 지원 대가로 천연자원 접근권을 받는 등 채권국도 ODA보다 많은 이익을 본다는 특징도 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나자 파리클럽은 NON-ODA를 ODA보다 늘리면서 개도국을 지원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카플란은 ODA에서 NON-ODA로 해외원조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상황은 사뭇 다르다. ODA는 2008년 수준으로 늘었지만, NON-ODA는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 2020년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전체 지원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페넬로페 호킨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경제수석. 출처 UNCTAD 유튜브.
▲페넬로페 호킨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경제수석. 출처 UNCTAD 유튜브.
호킨스 박사는 “NON-ODA는 ODA보다 금리가 높고 수출 신용도 포함된다”며 “그런데도 위축되는 것은 채무국의 경제 상황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신용이란 채무국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채권국이 제공하는 여신이다. 결국 높은 금리의 수출 신용으로 투자해 재미를 보던 채권국들이 채무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니 발을 빼는 것이다. 파리클럽 소속은 아니지만 최근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 수정하고 개도국 투자를 줄이려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그만큼 세계적인 경기침체 불안에 자금이 절실한 개도국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더 큰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호킨스 박사는 “ODA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소속된 채권국의 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과 달리 NON-ODA엔 의무가 없는 점도 원인”이라고 짚었다.

▲브래드 세트서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출처 CFR 홈페이지.
▲브래드 세트서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출처 CFR 홈페이지.
세트서 CFR 선임연구원은 선진국의 채무 조정 프레임워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소득 국가들의 부채 조정을 돕는 선진국들의 프레임워크는 이론적으로는 부채 충격을 관리하기 위한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부채를 줄여주거나 상환을 미뤄주는 구조”라며 “그러나 집행 과정 자체가 느리고 이에 많은 국가가 프레임워크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목할 점은 현재 더 많은 국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들은 부채 재조정을 피하고 시장 접근권을 회복하기 위해 IMF에 의존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IMF가 올해 시행한 구제금융은 1400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편 파리클럽의 파비앙 베르토 부국장은 “ODA와 NON-ODA의 변화는 국가와 지역마다 매우 다양하다”며 “채권국들의 상세 정보는 공유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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