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면제되는 에누리 아냐” 명시한 첫 사례
SK텔레콤, 2944억 원 결국 돌려받지 못하게 돼
국내 대표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 “휴대전화 단말기 구입 보조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처분은 부당하다”며 국세청과 8년 넘게 벌인 약 3000억 원에 달하는 세금반환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SK텔레콤이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경정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환급 거부가 정당하다’고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면서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단말기 보조금은 이동통신용역의 공급가액에 대한 에누리 액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용자는 이동통신용역 공급거래에서 그 공급가액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였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물건‧서비스의 공급가액에서 일정 가격을 직접 공제하는 금액’일 경우 에누리에 해당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재판에서는 단말기 보조금이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 이동통신용역의 공급가액에 관한 에누리 액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말기 보조금이 부가세 공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번째 사례다.
앞서 SK텔레콤은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면서 단말기 구입 보조금 5조3000억여 원을 과세표준에 포함했다.
이후 SK텔레콤은 단말기 보조금이 부가가치세법상 에누리 액(재화나 용역 공급 당시의 통상 공급가액에서 일정액을 직접 공제하는 금액)에 해당한다고 보고, 보조금에 부과된 액수만큼 감액과 환급을 요구했다. 세무 당국에 요청한 환급 경정 청구금액은 2008년 2기부터 2010년 2기까지 2944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2014년 8월 소송을 냈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에누리 액을 부정하면서 환급 거부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SK텔레콤이 단말기를 직접 고객에게 판매하지 않고, SK네트워크가 제조업체로부터 단말기를 구입해 판매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단말기를 직접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을 깎는 행위는 ‘에누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심 역시 원고 항소를 기각하면서 1심과 마찬가지로 에누리 액을 부정하고 환급 거부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또한 “원심 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를 주장과 같이 오해할 잘못이 없다”고 원고인 SK텔레콤 측 상고를 기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