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의 머니무브] 한국의 고령화,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22-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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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비용구조 개선·생산성 향상…베이비붐 세대의 퇴장, 기회 될 수 있다

지난 시간 노령화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만큼 이번 시간에는 주식시장에 대해 살펴보자. 필자가 29년째 주식시장의 환경을 분석하며 항상 집중하는 요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혁신성장이 지속되느냐의 여부이며, 두 번째는 경기와 금리 같은 경제 변수의 변화다. 경기와 금리의 중요성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잘 알고 있으니, 이번 시간에는 혁신 성장에 집중해 보자.

생산성 높은 나라 증시는 추세 상승

5분가량의 동영상 편집에 8시간을 꼬박 투입해야만 마무리할 수 있는 초보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1년이 지난 후에 4시간이면 편집이 완료될 정도로 작업 효율이 개선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동영상의 품질을 더욱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같은 분량의 동영상을 한 편 더 편집할 여력이 생길 것이다. 더 나아가 만일 동영상 편집에 투입되는 시간에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면? 업무의 효율은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해 4배가 개선되었으니 하루 5분 분량의 동영상 4편을 편집할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사람들의 동영상을 편집해줌으로써 가외의 소득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생산의 효율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면 그의 소득 혹은 동영상의 품질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 이 원리는 기업이나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혁신적인 기업이나 국가는 이전보다 더 큰 이익을 올리거나 서비스와 제품의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참가자들도 생산성이 가파르게 개선되며 미래 이익 성장의 가능성이 부각되는 기업이나 나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참고로 2010~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생산성은 연평균 2.0% 개선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단연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제 보다 자세하게 생산성 향상이 지속되는 나라의 주식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살펴보자. 생산의 효율이 꾸준히 개선된 덕분에 매년 주당 순자산가치(BPS, Book-value per shares)가 9%씩 높아지는 나라, 한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주당 순자산가치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을 주식 수로 나눈 것으로 사업의 밑천이라 볼 수 있다. 만약 이 나라의 역사적인 평균 주가 순자산배율(PBR, Price to BPS Ratio)이 1.0배 전후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매년 9%씩 주당 순자산 가치가 높아지니, 주가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PBR는 이듬해 0.92배가 되고 2년 뒤에는 0.84배, 3년 뒤에는 0.77배까지 떨어진다. 순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이렇게 낮게 형성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레이다 망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활용해 주식을 매입한 후 경영진에게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강력하게 요구함으로써 주가를 띄우려 애쓸 것이다. 물론 경영진이 이 요구를 거절할 수도 있지만, 주가가 계속 순자산가치를 밑돌면 경영진에 대한 압박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또 경영진 교체의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물론 이건 정상적인 시장 환경일 때의 이야기다. 한국처럼 대주주가 평균 3.4%의 지분을 가지고 전체 계열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환경에서, 그리고 세계 최저 배당수익률에 신음하는 환경에서는 신속한 주가의 조정은 이뤄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 증시가 매우 저평가된 상황임을 부인하기 힘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이 개선될 때 2020년처럼 세계에서 가장 상승 탄력이 강한 증시로 부각될 것을 기대해 본다.

노인 인구 증가는 생산성 향상 저해?

물론 일각에서는 노령화로 한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하나, 필자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퇴장은 기업의 비용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생산성도 높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근로활동인구의 감소는 내수 기업의 이익에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지만, 수출 대기업의 고령 근로자 은퇴가 가져올 이익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내수 부문의 기업 중에서도 금융기관은 정규직 근로자의 대규모 은퇴를 경험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금융권과 자동차 업종은 1990년대 초반 규제 완화 영향으로 대규모 채용 및 설비투자를 단행했지만, 이후 시작된 정보통신 혁명으로 ‘과잉인력’ 부담을 지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현금입출금기다. 지하철역과 편의점마다 자리 잡은 현금입출금기는 은행 방문 고객의 숫자를 줄여 시중은행의 지점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초반의 호황에 입사했던 이들은 상위 직급에 남아 있기에, 시중은행은 연봉 랭킹을 매길 때마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일은 은행업보다 자동차 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로봇 도입으로 육체 노동자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금융권보다 더 높은 연봉을 누리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

고령자 은퇴, 혁신 걸림돌 사라지는 효과

통상적으로 기술혁신은 반복적인 일을 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지만, 두 산업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의 보호 덕분에 해고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두 산업의 기업들은 연공서열 시스템이 불러오는 인건비의 급격한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최대한 억제하거나 해외로 설비를 옮겨 비용을 줄였다.

결국 한국의 젊은 세대가 실업난을 겪고 있는 것은 예전보다 경제 수준이 높아져 ‘신입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분위기 외에, 주요 대기업이 신규 채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고액 연봉을 받는 정규직 근로자들의 은퇴는 경제에 두 가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기업의 비용 구조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혁신 추구 노력을 저해할 장애물이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져올 소비 감소의 충격은 피할 수 없겠지만, 수출 및 금융 대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발생하는 세수 증가를 정책 당국이 적절하게 배분한다면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상장기업의 이익에서 차지하는 수출 기업의 비중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주식시장 전체로는 파이가 점점 커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시간에는 한국의 저출산 원인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볼 것을 약속하며 글을 줄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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