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이 고객센터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강제 수거하면서 개인의 자율권을 침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국가인원위원회가 해당 조치에 대해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하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오히려 해당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OK금융그룹지부는 이번 사안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해당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OK금융그룹지부(노조)는 5일대한서울상공회의소 앞에서 인권위 차별시정 결정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노조는 OK금융이 고객 상담 업무를 하는 계열사 센터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강제수거에 대한 인권위 차별시정 결정을 즉각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OK금융 계열사 내 고객센터 직원들이 업무시간 동안 휴대폰을 보관함에 넣어둬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노조는 올해 4월 성명을 내고 해당 조치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후 지난 6월 9일 국가인권위워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휴대폰 강제 수거와 관련한 차별행위를 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9일 노조의 요구가 타당하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센터장, 팀장과 달리 팀원에게만 출근 시 휴대전화를 보관함에 보관하도록 해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한 것은 직급 또는 직책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 영역에서 불리하게 대우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휴대전화 사용에 있어서 직책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하지 말 것과 향후 유사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회사는 인권위 결정에도 그동안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해당 결정문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에 따르면 인권위 결정문은 지난달 중순 회사에 송달됐다.
노조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을 이행하겠다는 의사 표시나 이행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며 "오히려 결정문을 곡해해 해당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OK금융은 지난달 30일 ‘센터 내 휴대기기 보관함 관리지침 개정 및 준수 재강조’라는 게시를 통해 센터의 팀장과 센터장까지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와 함께 다시 센터 전체 직원에게 ‘휴대기기 사용제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기존에는 일반 팀원들 휴대전화만 수거했지만, 팀장 센터장 등 관리자 급까지 해당 조치를 확대한 것이다. 봉선홍 OK금융그룹 지부장은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휴대전화 소지 제한을 더욱 확대하는 등 강화된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휴대기기 사용제한 동의서'도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봉 지부장은 "동의서 항목에 영업장에서 휴대전화를 반입할 경우 본사에서 휴대기기 내 사진이나 문자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사실상 개인 신상 정보를 모두 들여다 보겠다는 것으로 심각한 인권침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휴대전화 강제수거 조치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봉 지부장은 "현재 휴대전화 강제수거와 관련해 근로감독도 함께 진행 중"이라면서 "고용노동부를 방문해서 근로감독관과 면담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소지가 있는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타인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회사는 즉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회사가 신고자에게 해고 등의 불이익을 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OK금융은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조치방안을 마련 중이고 고객개인정보 보호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고객 개인정보 보호라는 대전제가 흔들리지 않는 방안을 기민하게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OK금융과 달리 시중은행은 고객센터 직원들의 휴대전화 기기를 따로 수거하지 않는다. 또 본사 차원에서 고객센터 업무를 하는 용역 업체와 정례적인 간담회를 통해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