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중국 정부는 5% 중반의 경제성장률을 목표치로 내세웠다. 아무래도 10월의 축제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경제적 분위기를 띄울 필요가 있었을 게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가 치명률은 떨어지고, 전파력은 높아지는 방향으로 나타나면서 중국의 방역정책은 난감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절대권력이 한 입으로 두말을 할 수는 없는 법, 결국 경제가 희생양이 되었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여타 아시아 개도국보다도 낮은 2.8%로 전망했다.
10월 이후, 즉 시진핑 3기의 경제정책은 현재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었으니 통 크게 경제성장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도 있다. 방역정책도 수정하고, 해외 순방을 통해 수출과 해외투자도 늘리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까지 나설지 모른다. 이와 정반대의 시나리오도 있다. 성장보다는 안정, 시장에 의한 자율성보다는 부패 척결과 관리 감독을 내세우며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도 있다. 경기 부양보다는 구조조정에 중점을 둔다는 의미다.
경기순환 현상을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 가운데 정치적 경기순환론(political business cycle theory)이라는 게 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핵심적인 이론까지는 아니지만, 경제가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나라의 경제 현상을 설명할 때는 나름의 논리를 제공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정부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해 돈을 풀고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사용한다. 선심성 정책이 늘면 집권당에 유리한 법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늘어난 통화량을 회수하고, 투자 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을 사용한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경제가 좋았다가 나빴다 한다는 게 이 이론의 설명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고, 지방정부의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이 넘쳐나는데도 불구하고 부동산 분야에서의 구조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중국 역시 정치행사를 앞두고 나름대로 확장적 경제정책을 시행 중이다. 다만, 제로 코로나 정책이라는 누구도 주워 담을 수 없는 정치적 선언으로 인해 정책의 효과가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파티가 끝난 후의 정책은 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긴축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긴축, 즉 구조조정의 1순위는 부동산 개발업이다. 작년 초에 벌어진 헝다사태 이후 중국의 부실기업들은 진작 구조조정의 대상이 돼야 했었다. 올가을의 성공적인 대관식을 위해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했을 뿐이다. 아마 멀지 않은 장래에 대형 부동산 기업의 파산, 은행의 관련 부실채권 정리, 부동산 관리에 실패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숙청 등등이 예상된다. 일련의 구조조정으로 중국의 국내투자가 급속히 냉각될 것이지만, 중국 정부는 지방의 부실이 금융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국내투자가 위축될 경우 경제 전체에 대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국내소비를 부양하는 정책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이 꿈꾸는 경제체제가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여 중국의 첨단기술로 만든 제품을 중국 소비자가 만족하면서 소비하는 세상 아닌가. 이것이 시진핑 정부가 2020년에 공개한 ‘국내대순환’의 개념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관건은 제로 코로나 정책의 지속 여부다. 방역 조치가 완화된다면 지난 몇 년간 억눌렸던 소비가 충분히 활성화할 것이며, 구조조정의 피로감도 덜어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3월의 전인대 행사가 끝나면 방역정책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안팎에서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소비 부문에서 여전히 기회가 있기에 전반적인 경제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중국의 소비재 시장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라는 꽉 짜인 틀 속에서 비교적 기업들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공간이다. 중국의 소비재 기업들이 14억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혁신한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률은 점점 하락할 것이고, 꽉 막힌 정부에 의한 경제적 비효율성도 여전하겠지만, 일부 산업의 성장률은 분명 중국의 전체 성장률보다 높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