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 필요한 것 같다며 센터를 찾아온 대학생 최모 군. 3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그는 요즘 의욕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머리는 텅 빈 상태로 멍만 때리게 되고, 학과 친구들과 어울리지만 이방인 같아 혼란스럽다며 자신이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여러 가지 원인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내가 찾은 원인 중 하나는 사회적 유대감의 부재였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관계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서로 부대끼고 부딪치며 그 속에서 공감도 기쁨도 나누고 갈등과 좌절도 겪으면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성장하게 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도에 대학생이 된 최 군은 친구를 사귈 시공간을 박탈당하다 보니 친구들과 공유한 시간도 추억도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마음의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질 것이다.
최 군은 일명 코로나 학번 세대다. 코로나 학번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로,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해보지 못한 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코로나 학번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캠퍼스를 밟아보기는커녕 강의실, 도서관도 드나들기가 쉽지 않았고 비대면으로 수업하고 교수와 친구들을 온라인으로 만나야 했다. 동아리 활동도, 축제도, 캠퍼스의 낭만이라고는 정상적으로 느껴보지도 경험해보지도 못한 비운의 세대다. 온라인으로 친구를 만나고 대학생활을 보낸 그들인지라 얼굴을 보고 나누는 관계 형성, 소통, 감정교류가 낯선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코로나 학번 세대만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온라인이나 앱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자발적으로 관계를 끊거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러나 이제는 대면에 익숙해져야 한다. 마스크도 머지않아 벗는 날이 올 것이다. 온라인이나 앱, 마스크로 가려진 편안함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의 모습으로 조금씩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