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탈중국] ④ 인플레 감축법, 글로벌 질서 뭉개는 공급망 쟁탈전 심화

입력 2022-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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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 환영
‘공정한 경쟁의 장’과 배치 움직임에는 반발
미국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
“중국, 광물 무기로 미국 경제 냉각시킬 수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글로벌 질서를 뭉개고 공급망 쟁탈전을 심화한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은 미국이 IRA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로 한 것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7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 패키지인 ‘핏 포(Fit for) 55’를 발표하는 등 유럽도 탄소 중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도 IRA가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중국 등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에 반발이 일고 있다. 규칙을 통해 세계적으로 공정한 경쟁의 장이 제공돼야 하는데 미국이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통상담당 부집행위원장은 9월 초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회동에서 “IRA의 전기자동차 보조금 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하는 차별적 조치”라며 “또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해 전기차 보급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미국 하원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마크 케네디는 “규칙 기반 질서는 국가가 자국에 유리하게 테이블을 기울이는 대신 공정한 경쟁의 장을 수용하는 것”이라며 “IRA는 글로벌 공정성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는 법안이 혁신을 억제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연구원은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경쟁국들과 상대하는 데 있어 그간 미국의 장점은 시장 기반 경제의 혁신성과 효율성이었다”며 “IRA는 혁신을 억제하고 시장을 왜곡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자원 공급망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IRA의 무조건적인 시행이 글로벌 공급망을 더 꼬이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세계 여러 국가의 공급에서 많은 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로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광물 자원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해 공급망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상상해 보라”며 “중국은 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얼어붙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는 정부가 만든 시장의 비효율성과 가혹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미국 의회의 자멸적인 IRA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있을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비꼬았다.

페인공공정책연구소의 모건 바질리안 소장 역시 준비되지 않은 법 시행이 가져올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IRA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를 빼먹었다”며 “그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확장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기 위해 리튬과 니켈, 망간과 같은 주요 광물의 미국 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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