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이투데이가 증권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코스피 상장사들의 연초 대비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순증감액은 총 14조4283억 원이었다. 이는 연초보다 4.3% 늘어난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연초 대비 순증감액 26조9493억 원으로 8.1%가량 늘어난 상태였다.
유동자산으로 범위를 넓히면 코스피 상장사 상반기 유동자산 순증감액은 연초대비 167조3935억 원이었다. 이는 연초보다 약 12.5% 늘어난 수치다. 3월에 비해서도 62조 원 가량 늘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현금과 금융기관 수표, 만기 어음 등 3개월 내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뜻한다. 유동자산은 1년 내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기업들이 단기 운용 가능한 자금 보유 비중을 늘려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상반기 비유동자산 순증감액은 연초 대비 약 90조 원(4.3%)에 그쳤다.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 재무활동현금흐름 등 현금 및 현금성 자산 하위 항목들을 보면 기업들의 현금 보유·사용 추세를 더 상세히 유추할 수 있다.
코스피 상장사들은 올 2분기 영업이익 51조8034억 원으로 직전분기보다 137.5% 호전된 실적을 거뒀다. 투자활동에는 1분기 79조2672억 원, 2분기 100조4939억 원을 쏟았다.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까지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 확보는 총 136조565억 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에만 74조1214억 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현금을 끌어모았다. 반기까지는 103조8982억 원을 확보했다.
이러한 현금확보 흐름은 기업들 사이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을 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기에는 자금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강화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는 현금을 비축하는 것이 오히려 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라고 봐야한다”며 “매출이나 여러 가지 재무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현금을 비축·확보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다만, 재무활동 등을 통한 현금확보 추세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선도 나왔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무활동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전체 상장사의 평균적인 경향성이라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경기 불황임에도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위해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이라면 다음 사이클을 위한 기회가 될 수는 있겠지만, 영업활동이 녹록지 않은 상황임에도 운영자금이 필요해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라면 건전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