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성장주 네이버가 또다시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주가가 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시가총액은 올해 초 3위에서 9위로 추락했다. 올해 2조4000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네이버 바라기’를 자처해온 개미들은 절망감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이 역대급으로 낮아진 만큼 내년부터 코로나19로 높았던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실적 성장이 확인되면 반등이 가능할 거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기준 네이버는 전 거래일 대비 1.53%(3000원) 내린 19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19만500원까지 내리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후 소폭 오른 수치다.
네이버의 주가는 올해 들어 종가 기준 48.9% 하락한 상태다. 2020년 4월 24일 종가 19만2500원 이후 최저점이다.
시총도 반 토막 났다. 네이버의 시총은 올해 초 61조6820억 원으로 삼성전자(469조 원), SK하이닉스(93조 원)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31조7435억 원으로 줄며 9위로 급락한 상태다.
그간 네이버의 반등을 기대하며 저점매수에 나섰던 개미들은 곡소리를 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네이버 주식을 2조4444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특히 주가가 재차 약세로 전환한 8월(2552억 원)에 이어 9월(1742억 원)까지 4300억 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순매도 2위로 네이버(1조8179억 원)를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들과 대조된다.
올해 초 네이버 주가 전망치를 높게 잡았던 증권사들은 발을 빼는 모양새다. 1월만 해도 목표주가 55만 원 전망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최저 33만 원까지 나왔다.
올해 8월 이후 네이버의 목표주가 전망을 낸 증권사 총 18곳 중 8곳(44.4%)이 하향 의견을 냈다. 현대차증권(43만 원→40만 원), 한화투자증권(45만 원→40만 원), 유안타증권(50만 원→45만 원), NH투자증권(41만 원→36만 원), IBK투자증권(47만 원→35만 원), 키움증권(40만 원→33만 원), KB증권(42만 원→35만 원), 한국투자증권(36만 원→33만 원) 등이다.
상향 의견을 낸 곳은 3곳(16.6%)에 그쳤다. 삼성증권(33만 원→35만 원), 대신증권(33만 원→35만 원), 다올투자증권(35만 원→38만 원) 등이다. 7곳(38.8%)은 이전 목표주가 전망을 유지했다.
성장주들의 경우 실적대비 주가수준(밸류에이션)이 금리 인상 시기에 하락하는 경우가 많으나 네이버는 유독 침체한 모습이다. 증권가는 지난해 높았던 기저효과, 경기침체 여파로 광고시장 성장률이 둔화한 점 등이 투심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고 있다. 다만 밸류에이션이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만큼 내년에 실적 성장이 이뤄진다면 반등이 가능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의 밸류에이션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낮아졌지만 매크로 환경을 고려하면 소위 성장주로 분류되는 네이버의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영업이익 증가율 회복은 광고와 커머스의 매출 회복 여부에 달렸으나 올해 하반기까지 의미 있는 회복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기저가 높았던 점이 올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경기침체 여파로 광고 성장률 또한 확연하게 둔화한 모습”이라며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하단에 근접했고 매출 성장률만 반등한다면 이익 성장으로 이어지기 좋은 상황이나 뚜렷한 반등 징조는 보이지 않고 있어서 시간을 가지고 매수 기회를 탐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방시장의 침체 속에 단기 주가 모멘텀은 부재해 반등을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 확인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인공지능(AI) 고도화에 따른 광고 효율성 향상이 지속할 경우 내년엔 광고 부문의 성장세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