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진국 국채 클럽’에 한 발짝…WGBI 편입시 연 70조 유입 기대

입력 2022-09-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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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FTSE 러셀 홈페이지)
(출처=FTSE 러셀 홈페이지)

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의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으로 등재되면서, ‘선진국 국채 클럽’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WGBI를 관리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29일(현지시간) 한국을 잠재적으로 시장 접근성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내년 9월 WGBI 편입을 예상하면서, 최대 80조 원 안팎의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선진국 국채 클럽’에 한 걸음

세계국채지수는 FTSE 러셀이 발표하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추종 자금만 약 2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23개국 국채가 포함돼 있어 ‘선진국 국채 클럽’으로도 불린다.

FTSE 러셀은 매년 3월과 9월 관찰대상국을 발표하고, 6개월 이상의 검토를 거쳐 이듬해 9월 연례심사에서 최종 편입을 결정한다.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르면 내년 3월이나 9월에 최종 편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WGBI 편입 의지를 밝힌 후 윤석열 정부는 바통을 이어받아 WGBI 편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WGBI에 편입되려면 △발행잔액 액면가 500억 달러 이상 △신용등급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A- 이상 △시장 접근성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은 발행잔액과 신용등급 등 정량적 조건은 달성했지만,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정성적 조건)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서 외국인이 국채 등에 투자해 거둔 이자 소득이나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하면서 시장 접근성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당국이 직접 글로벌 기관투자자 대상 투자설명회(IR)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도 준비 중이다.

편입 시 최대 70조 원 유입 효과

전문가들은 한국이 WGBI에 최종 편입되면 최대 70조 원 안팎의 자금이 한국 국채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분석 파트장은 “가장 민감했던 세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추가 문제는 제한적”이라며 “이미 외국인의 채권 투자는 국채 중심으로 활성화돼 있다”고 말했다.

윤 파트장은 “WGBI에 편입되면 향후 1년에 걸쳐 500억~600억 달러 정도가 점진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중 절반이 환 헤지 비중으로, 외환시장에 300억 달러 내외의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한국의 편입 비중은 2.05% 정도로 예상한다”며 “WGBI에 편입되면 한 해 510억 달러(약 71조 원)의 자금이 한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70조 원의 자금 유입을 가정하면 연간 1조2000억~1조2800억 원 수준의 이자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의 추가 매수 여력이 늘어나면 정부의 발행금리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장기채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현재 한국 국채시장에서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 듀레이션(만기)은 7.1년으로 다소 짧은 편”이라며 “WGBI의 평균 듀레이션은 9.6년으로 길다”고 설명했다.

다만 WGBI 편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금 유입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금융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온 만큼 갑자기 빠져나갈 위험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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