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이 사상최악을 치닫고 있는 가운데 수입물량지수는 역대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부족사태를 겪었던 지난해 상황이 풀리고 있는데다, 테슬라·BMW·벤츠·폭스바겐 등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승용차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물량기준 8월 수출지수는 전년동월대비 5.1% 상승한 122.43을 기록했다(2015년 100 기준). 이는 7월(3.0%) 이후 두달연속 오름세다.
수입지수는 13.4% 상승한 136.17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8월(13.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며, 지수 기준으로는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8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직전 최고치는 올 1월 기록한 135.84였다.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아울러 수입에서는 시스템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 등 중간재 수입이 늘었다고 밝혔다.
반도체 직접회로를 포함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수출은 9.7%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작년 3월(4.1%) 이후 처음으로 한자릿수대 증가세다.
수출에서는 반도체 직접회로가 6.9% 하락해 2020년 4월(-6.6%) 이래 처음으로 하락전환했다. 이는 또 2019년 12월(-13.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기계 및 장비 수입은 물량기준 26.2%, 금액기준 19.5%씩 상승했다. 올들어 8개월 중 넉달 하락 넉달 상승 등 등락을 반복 중이다.
한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0.3% 하락한 82.49를 보였다. 1년5개월연속 내림세며, 지수기준으로도 두달째 역대최저치를 경신했다. 수입가격(13.6%)이 수출가격(2.0%) 보다 크게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소득교역조건지수 역시 5.7% 떨어진 100.99를 기록했다. 수출물량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출에서는 반도체 가격, 수입에서는 유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역조건에 상승하락요인이 혼재해 있다. 당분간 이들 가격변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