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김상열 전 호반건설 회장 사건을 재판으로 넘겼다. 비슷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법원의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향후 열릴 공판의 관건은 ‘고의성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김 전 회장 사건을 재판에 회부했다. 정식 공판 과정을 통해 다시 내용을 살펴보자는 취지다. 앞서 검찰은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고의로 누락 제출한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을 약식기소했다. 구형 벌금액은 1억5000만 원으로 해당 법상 최대 액수다.
‘계열사 신고 누락’ 혐의로 약식기소 됐다가 정식재판으로 회부된 사례는 많지 않다. 차명회사와 친족 지분 보유 업체 등 정보를 공정거래위원회 보고에 고의 누락한 혐의를 받은 정몽진 KCC 회장이 약식기소됐으나 이후 정식재판에 회부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잘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법원의 의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하나는 검찰의 구형이 다소 과했다는 시각이다. 재계 사건을 잘 아는 한 로펌 관계자는 “해당 혐의에 적용할 수 있는 최고 액수까지 적용한 것인데, 중대범죄도 아닌 사건에 검찰이 너무 욕심을 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라고 했다.
이 경우 향후 재판에서 벌금 액수가 줄어들 수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3월 정몽진 KCC 회장을 벌금 1억 원에 약식기소했다. 이후 법원은 이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고, 1심에서 4월 70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른 하나는 검찰의 구형 수준이 법원의 기대에 비해 낮다는 평가다. 여러 변호사들은 ‘향후 재판에서 형량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정거래 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다퉈보겠다는 것은 통상 검찰이 구형한 것 이상의 형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재판부가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박찬호 전 광주지검장 등을 선임해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전관들의 입김이 작용한 덕에 1억5000만 원의 약식기소 선에서 마무리됐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정식재판으로 회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재판 결과는 ‘고의성’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향후 재판은 김 전 회장이 ‘신고 누락’을 인식했는지 그 여부를 살펴보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혐의는 고의성 여부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
대기업집단지정 허위자료 제출은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액수의 벌금을 선고할 수도 있고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할 경우 징역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