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은 자신의 ‘종신 집권’ 토대를 닦을 이번 당대회가 끝나면 3기 5년간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는 중국과 자신의 운명은 물론 세계의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시진핑의 지난 10년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종신 집권’에 대한 집념이다. 집권하자마자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면서 반대파를 숙청했고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3기 연임 금지 규정을 폐지해 집권 연장의 법적 장애물을 제거했다. 2017년에는 당대회 전까지 67세이면 유임하고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관례인 ‘칠상팔하(七上八下)’를 깨고 이인자인 왕치산을 상무위원으로 유지시켰다. 지난해는 역사결의를 채택해 자신을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렸다.
이렇게 자신의 권력 강화에만 몰두하면서 중국 경제와 사회는 멍들어갔다. 중국 경제를 세계 2위로 끌어올렸던 고속 성장의 활력은 사라졌다. 시진핑이 집권하기 전 10% 선이 깨져도 호들갑을 떨던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올해 3%도 안 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이 팽배하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려던 IT 기업들은 당국의 규제 철퇴 속에 생존을 걱정해야 할 신세가 됐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당국의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심각한 불황에 직면했다. 올해 1~8월 중국 주택 판매액은 전년보다 30% 감소했다.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주민은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에 꿈이 깨질 위기에 놓이자 ‘모기지 보이콧(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을 벌이며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다.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향하는데 시 주석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중국 경제를 말 그대로 질식시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특정 지역에서 100명 선으로 나오기만 해도 도시 전체를 봉쇄한다. 이에 수억 명의 주민이 제한을 받는 것은 물론 공장 가동이 중단돼 세계 인플레이션까지 심화시키고 있다. 2년이 넘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에 이런 미친 정책을 고수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북한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 공산당은 자칫 코로나 제한을 풀었다가는 수백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확인된 화이자와 모더나 등 서구 백신을 아직도 승인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무슨 핑계를 댈 것인가. 60세 이상의 중국 노인 중 1억 명가량이 부스터샷을 맞지 않은 것은 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시 주석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경찰이 잡아가는 상황이니 참으로 시진핑 한 사람의 집권 연장을 위해 14억 중국인이 온갖 불편을 감내하는 것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시진핑이 집권하기 전만 해도 중국에서 청년실업은 큰 문제로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청년 5명 중 1명이 백수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바닥에 평평하게 누워 있기’라는 뜻의 ‘탕핑족’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도 시진핑 신(新)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3연임을 위해 온갖 무리수를 다했던 시 주석은 제발 당대회 이후로는 지금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국을 고립시키지 말고 전임자들처럼 실용주의 노선을 취해야 한다.
시 주석이 당대회가 끝나면 다시 궁극적 목표인 종신 집권 확정을 위해 앞으로 5년간 ‘폭주 기관차’처럼 달릴 것이 우려된다. 정 그렇게 죽을 때까지 권력을 쥐고 싶다면 집권 연장에 대해서 자신이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성과를 보여 국민이 시 주석을 하나같이 지지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물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baejh94@